유한양행이 연구개발(R&D)을 전담할 신규 법인 출범을 공표한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은 비용 및 수익성 고민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R&D를 지속해야 할 유인은 분명하나 4%에 불과한 영업이익 환경 하에서는 더 이상의 지출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비용을 통제하면서도 외부 투자 유치로 R&D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대웅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등의 모델을 벤치마크했다.
◇뉴코 설립 공식화, R&D 비용 줄이며 수익성 방어 국면 유한양행은 2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개최한 R&D데이에서 특정 기술이나 신약 후보물질 등의 자산을 떼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뉴코(New Co)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설립 국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해외가 거점이 될 예정이다. 자회사를 만들어 일부 파이프라인을 이관한다.
세부적으로 지속형 IgE Trap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 지속형 MASH 치료제 'YH25724',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YHC1102' 등 3개 파이프라인을 이관한다. 타깃과 기전을 비공개한 YHC1102를 제외하고 두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에 있는 물질이다.
현재 14개 연결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R&D 거점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 R&D가 아니라 재무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판단이다. R&D 사업을 자회사로 분할할 경우 별도 기준 재무제표 상 수익성을 단기간에 개선시킬 수 있다.
유한양행은 원가부담으로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저하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5767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증가한 성과를 나타냈지만 매출원가는 8%나 늘었다.
이에 판관비를 10% 줄이며 가까스로 영업이익을 2.7% 늘린 784억원으로 방어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말 3.49% 보다 늘어난 4.37%를 나타냈다. 2~3% 영업이익률을 4%대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판관비를 대폭 절감하면서 이룬 성과라는 점은 곱씹을만 하다.
매출원가를 살펴보면 작년 1분기 3364억원이었던 매출원가는 2분기와 3분기 3750억원, 3998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매출원가율도 2분기 67.4%에서 72.5%로 5.1%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누적 매출원가율은 67.1%에서 70.5%로 3.4%포인트 늘었다.
매출원가는 보통 제품 생산 등에 반드시 필요한 항목들이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판관비, 특히 R&D 비용을 손질하면서 긴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R&D 비용은 줄이고 있는 추세다. 작년 3분기 누적 R&D 비용은 별도기준 13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기간 1572억원 대비 17% 줄었다. 매 분기 R&D 비용을 줄이고 있다.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작년 3분기 누적 8.2%로 나타났다. 전년도 11% 대비 크게 낮아졌다.
◇R&D비용 자산화 하면 13% 영업이익률, 외부펀딩도 매력적 레이저티닙 마일스톤 및 로얄티 등 R&D 성과를 통해 유입되는 수익을 고려하면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을 지속할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임상 단계에 올릴 파이프라인이 늘어날수록 R&D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긴축으로 간신히 버틴 4%대 영업이익률 고지가 깨질 수 있다. 작년 3분기말 보고서에 따르면 본임상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 및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14종이다.
R&D 비용에 대한 고민은 뉴코를 통한다면 어느정도는 해소할 여지가 있다. R&D 자금을 뉴코를 설립해 출자금으로 넘기면 비용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회사 출자금은 자산으로 인식돼 자산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약 R&D에 대한 자산화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단계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뉴코를 통해 출자금으로 넘기면 임상단계 구분없이 자산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R&D 전체를 신규 법인으로 이관한다고 가정하면 전년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을 13%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수익성 개선 뿐 아니라 바이오텍들과 같이 투자 유치를 통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업 조직이 모두 포함돼 있는 제약사의 경우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외부 조달시 지배주주의 지분율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신약개발 자회사는 외부 펀딩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는 최근 제약업계서도 활용하고 있는 묘수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모델로는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있다. 자회사를 설립하고 외부 펀딩을 거쳐 P-CAB 신약을 만들어 자체 상용화를 이뤘다. 현재는 상장사로 그룹 효자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2020년 5월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와 난청치료제제 등 CNS 분야 신약 개발을 주로 담당했고 작년 12월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750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했다.
종근당은 작년 10월 신약개발 회사 아첼라(Archela Inc)를 신설해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과 임상 진행, 기술수출 및 상용화 등 신약 개발 업무를 이관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 초기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전략적 투자자 유치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