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이 연초부터 2300억원 규모 단기차입을 일으키며 운영자금을 사전에 확보했다. 연내 상환일시가 다가오는 1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동시에 불어나는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노린다. 회사 수익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각자대표직에 앉은 윤재동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조기에 조달한 자금을 투자·상환 등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지난 21일 금융기관으로부터 23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자기자본금(4989억원) 대비 46.1%에 해당하는 대규모 차입으로 차입 후 두산퓨얼셀의 금융권 단기차입금은 3060억원으로 급증한다. 회사는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 설명대로 이번 차입금은 당장 만기일시가 가까워져 오는 사채 등 과거 빌린 차입금 상환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두산퓨얼셀은 다음달 6일과 7월10일 각각 680억원과 470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일이 다가온다. 해당 사채의 금액만 총 1150억원 규모다. 상환일시가 1년 내로 단기간에 가까워지며 자금을 사전에 확보한 셈이다.
과거 두산퓨얼셀의 단기차입금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2023년까지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1000억원 아래로 유지됐으며 유동성장기부채(장기부채였으나 상환기일이 1년 이내로 도래한 유동부채)까지 포함한 단기성차입금 규모도 2000억원을 넘어서지 않았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의존도 역시 20%를 밑돌았다.
그러나 회사가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하고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당장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차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2019년 지주사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의 분할로 출범한 두산퓨얼셀은 그룹의 미래 에너지사업의 중심에 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2023년 설립 후 당기순손실(별도 기준 -85억원)을 냈고 이후 지난해 3분기 말(-282억원)까지 3년 연속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품·기술 개발, 생산시설 증설 및 공정 개선 등에 지속적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수익성이 줄자 회사도 적극적으로 단기차입을 검토했다. 2021년 400억원 수준이던 CAPEX는 2023년 1152억원으로 치솟았고 지난해도 3분기만에 1013억원의 CAPEX를 지출했다. 이에 두산퓨얼셀은 2024~2025년 2년 연속 1000억원 내외의 단기차입을 일으켜 자금 부담을 완화했다. 이 기간 단기성차입금은 2269억원, 2849억원 등으로 불어났고 단기성차입금의존도 역시 19.2%, 21.8% 등으로 올라갔다.
이러한 공격적인 자금 조달 및 운용 계획을 수행하는 CFO는 윤재동 상무가 맡고 있다. 윤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FA(재무)팀, 두산공작기계 중국법인을 거쳐 2022년부터 두산퓨얼셀의 FA팀장을 역임했다. 2024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부터는 재무관리본부장으로 사실상 CFO에 선임됐고 지난해 3월에는 각자대표 CFO에 오르며 공식적으로 C레벨 명단에 올랐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CEO와 CF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C레벨이 각자대표를 이루는 체제로 운영됐다. 두산퓨얼셀도 2024년까지 정형락(CEO)·이두순(CSO) 사장의 2인 각자대표 체제였다. 지난해 초 정 사장이 SK그룹의 패스키로 이직하자 두산그룹은 곧바로 윤 상무를 각자대표 CFO로 선임하며 2인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올해로 대표 2년차를 맞은 윤 상무는 적기에 자금을 조달해 상환 부담을 줄이고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연초부터 조기에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것 역시 이러한 역할 수행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개시해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공장 등 시설 안정화에 CAPEX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