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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5조 손실 배경 블루오벌 '빅배스'

현금흐름 영향 없는 회계적 손상차손…청산 종료 시 연결재무제표 빠질 예정

백승룡 기자  2026-01-28 14:11:49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연결기준 4481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5조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미국 포드와의 합작사업을 종료한 데 따른 손상차손을 반영한 영향이다.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은 회계적 비용으로, 오히려 이번 오히려 고정비를 줄여 향후 손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빅배스(Big Bath)’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 연간 순손실 5조 웃돌아…배터리 합작법인 손상차손 여파

SK이노베이션이 28일 진행한 2025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순손실 규모는 5조4061억원에 달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4481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지만 대규모 영업외손실이 발생하면서다. 총 5조4061억원 규모 순손실 가운데 4조1540억원의 순손실이 지난해 4분기에 반영됐다. 이는 배터리 사업자회사인 SK온이 지난해 12월 포드와의 합작사업을 종료한 영향이다.

앞서 SK온은 2022년 7월 포드와 지분을 50%씩 보유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를 설립, 미국 켄터키주·테네시주에서 현지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양사는 3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합작사업 종료를 공식화한 상태다. 향후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독자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이처럼 합작법인을 나눠 소유하게 될 경우, 회계적으로 각 자산에 대한 실질가치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JV 협력관계 종료와 자산분리 과정에서 각 공장의 사업전략과 운영구조도 바뀌게 돼 기존 공장 자산의 회수가능가액을 재검토해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총 3조7000억원의 손상을 인식,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영업외손실로 이어진 것이었다.

기존 공장 자산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데는 미래 현금흐름의 저하를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형자산의 가치 자체보다는 가동률이나 고객사 확보 수준, 수주 상황 등을 고려해 그 유형자산이 가져다줄 미래 현금흐름이 회수가능가액 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미래 현금흐름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은 경우엔 차액만큼 손상차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정비·감가상각비 줄여 손익구조 개선…‘빅배스’ 효과 노린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손상차손은 일회성 회계 비용이라는 점에서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금유출로 인한 손실이 아닌, 이미 설비투자가 단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 자산으로 보유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회계상 손실에 그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동률과 수주 추이를 낙관하기 어려웠던 블루오벌SK 공장들을 지속 보유할 경우 고정비와 감가상각비 등이 쌓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손상 인식을 통한 ‘빅배스(Big Bath)’는 향후 손익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이번 JV 청산 과정은 SK이노베이션이 블루오벌SK 공장에 대한 손상차손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이후 포드의 지분 감자로 이어지는 수순이다. 올해 1분기 중 JV 청산이 완료되면 손상처리 됐던 블루오벌SK 공장의 부채 등 모든 자산이 포드로 이전하게 돼 SK이노베이션의 연결재무제표에서도 빠질 예정이다. 부채 이전 과정에서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SK온 측 설명이다.

SK온 관계자는 “JV 종료 이후 SK온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테네시 공장은 단독 공장 체제로 탄력적인 운영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생산능력(CAPA)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포드 외에도 다양한 고객사의 미 현지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기차용 배터리뿐 아니라 ESS 배터리 생산 등도 가능해져 가동률과 수익성이 기존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 사업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이들과 손잡았던 국내 배터리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는 추세다. 블루오벌SK와 같은 북미 합작사업의 재편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비효율 자산 정리와 체질 개선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면 직접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데다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ESS 등 신규 수요 대응 능력도 떨어져 JV 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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