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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회복탄력성’ 입증…계열사 매각, 유동성 방어

흑자전환 후 주가 6000원선 회복…키맨 이정석 전무, 재무구조 개선 '중책'

임효진 기자  2026-02-19 07:54:5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제주항공은 2025년 10월 17일 종가 5940원을 기록하며 6000원선 아래로 밀려났습니다. 이후 약 3개월 동안 50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습니다. 10월 말부터 올해 2월 초까지 5200~5800원 사이를 오가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10월 하락의 배경은 복합적입니다. 우선 고환율과 유가 부담이 재차 부각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오르내리며 외화비용 부담이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3분기 누적 실적에서 리스부채 증가와 현금흐름 부담이 부각되면서 재무 리스크가 다시 조명됐습니다.
지난 3개월간 제주항공 주가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 2월 9일입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746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공시한 날이었습니다. 주가는 6090원을 기록했습니다. 3개월 만의 6000원선 회복이었습니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는 점이 시장의 인식을 바꾼 것으로 풀이됩니다. 위기 국면에도 흑자를 내는 항공사라는 프레임 전환이 이뤄진 것입니다. 거래량도 크게 증가하며 수급 개선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Industry & Event

제주항공의 이번 4분기 흑자는 단순한 운임 반등의 결과라기보다 회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온 ‘회복탄력성’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환율과 공급 과잉이라는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1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직후 항공업계가 사실상 마비됐던 시기에도 가장 빠르게 체력을 회복한 항공사 중 하나였습니다. 2019년 2분기 이후 장기간 적자를 이어가던 제주항공은 2022년 4분기 매출 2994억원,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하며 1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국적 LCC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반등이었습니다.

김이배 대표이사가 취임 직후부터 핵심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것이 회복탄력성입니다. 단일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 효율화, 수요 회복에 맞춘 선제적 노선 확대, 공급 탄력 조정 전략 등이 이뤄졌습니다. 고정비를 단순화해 수요 반등 시 이익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 같은 전략 기조 속에 얻어냈습니다.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임과 노선 믹스 조정으로 수익성을 방어했습니다. 단일기종 운용에 따른 정비·부품·인력 운영 효율이 손익 개선의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Market View

시장의 시각은 나뉩니다. 우선 단기 실적 개선과 운임 환경 개선을 근거로 턴어라운드 국면에 들어섰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높은 부채비율·현금 부담·공급 과잉 우려를 근거로 한 신중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iM증권은 지난 10일 리포트에서 제주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 186억원을 서프라이즈로 평가하며 투자의견을 기존 ‘Hold’에서 ‘Buy’로 상향했습니다. 목표주가는 85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4분기 국제선 공급과 수요 모두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임 상승 효과로 매출이 개선됐다며 2026년 이익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경쟁사의 공급 유지 제약이 이어지는 환경에서 제주항공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같은날 하나증권은 리포트에서 4분기 영업이익을 1년 만의 흑자전환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의견은 내지 않았습니다. 2026년 1분기 흑자 가시성은 높아졌지만 ASK(유효좌석킬로미터) 회복이 더딘 점을 지적했습니다. ASK는 한 항공사가 운항하는 각 구간의 공급 좌석과 운항거리를 곱한 값들의 합으로 항공사의 총 공급 운송량을 나타냅니다.

하나증권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재무 부담입니다. 2025년 말 기준 결손금 709억원, 부채비율 900% 이상 등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신형기를 들여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가 14%를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금 부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습니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Keyman & Comments

제주항공은 이 같은 사실은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일 실적발표와 함께 IT 계열사인 AK아이에스를 모회사인 AK홀딩스에 매각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처분금액은 432억9000만원입니다. 제주항공 자기자본의 13.4% 규모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2025년 3분기까지 제주항공이 이자 지급에 지출한 비용은 약 289억원입니다. 같은 시기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매각 대금 430억원은 연간 이자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비율 측면에서는 부채비율이 다소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이자 및 단기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을 짠 제주항공의 키맨은 재무·경영관리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이정석 전무입니다. 1971년생으로 현재 경영지원본부 총괄을 맡고 있으며 사내이사로도 등재돼 있습니다.


이 전무는 AK플라자 경영기획본부장과 제주항공 재무기획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제주항공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제주항공 재무기획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위기 대응 국면의 실무 책임자로 평가됩니다.

이번 4분기 흑자 전환과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결정 역시 경영지원본부 관할 영역입니다. 고환율·공급과잉 환경 속에서 손익 개선과 동시에 재무 안전판을 병행 구축하는 전략은 이 전무 체제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시장이 다음으로 주목하는 지점은 단순히 흑자 여부가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이에 따라 이 전무가 과거 코로나 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용 구조와 자금 운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주가 추세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제주항공 IR 부서와는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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