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정부가 생활 물가 안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담합 조사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밀가루 업계도 예외가 아니죠.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제분사가 6년 여간 5조8000억원의 매출을 담합으로 벌었다는 심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곰표' 브랜드로 유명한 대한제분도 7개사에 포함됐습니다. 조사 결과 발표 후 주가도 하락세를 드러냈는데요,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 16만130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14만원대 후반에서 15만원대 초반을 오르내렸습니다.
지지부진하던 주가에 반등세가 나타난 건 지난 13일입니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가 요구한 액면분할을 받아들이면서 4% 상승한 15만23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년을 놓고 봤을 때 하루 만에 이 정도 상승세를 기록한 건 보기 드문 일입니다. 대한제분이 달라진 주주 환원책을 선보일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1년 대한제분 주가 추이(출처=KRX)
◇Industry & Event
사실 소액주주의 불만은 더 오래 전부터 이어졌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에 못 미치는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됐음에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PBR은 0.24배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요청한 게 액면분할과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입니다. 현재 5000원인 액면가를 10분의 1로 분할해 주식 수를 10배 늘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한제분에서도 선제적으로 응한 덕에 오는 5월부터 유통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 더 남은 요구가 자사주 매입입니다. 약 5만주(12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여 장기적으로 소각에 나서라는 것인데요, 대한제분에서 아직까지 해당 안건에 대한 반응은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한제분 최대주주인 디앤비컴퍼니(27.82%)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2.03%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액주주 모두가 찬성표를 던져야 합니다.
자사주 매입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최근 공정위 담합 관련 조사로 순손실에 처했기 떄문이죠.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3752억원, 영업이익 6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 1조3747억원, 영업이익 723억원 대비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영업이익은 14% 줄었는데요, 작년 공정위 중간 조사 결과 발표 후 영업외비용으로 충당부채를 반영하면서 251억원 순손실로 정정해 공시했습니다. 공정위가 상반기 내로 밀가루 담합 심의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니 과징금 규모도 곧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제부턴 공정한 경쟁 체제 하에서 다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제분사업의 경우 여러 업체 간 경쟁 기조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맥 수입가격 부담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큰 반등 기대감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자회사인 대한사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료사업은 작년 시장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에도 선방했다는 평입니다.
◇Market View
대한제분의 액면분할 이후 증권업계에서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제분은 오랜 기간 시장에서 소외된 기업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23년 대신증권에서 발표한 '반려동물 부문 매출 증가에 주목할 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이후로 대형 증권사과 소통이 뜸한 모습입니다.
과거 워렌 버핏이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졌던 것을 감안하면 증권업계의 무관심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워렌 버핏이 2004년 대한제분에 투자했던 배경에도 저평가가 있습니다. 당시 PER(주가수익비율)가 3배에 못 미쳐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해집니다. 대한제분은 지금도 PER 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IR(Investor Relations)도 저평가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지만 컨퍼런스 콜이나 기관투자자 대상 IR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전화로만 응대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개인주주와 투자운용사의 문의에 통화로만 답변했습니다.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R 행사도 없었고 영문 사이트·공시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외국인 투자자 비율도 8%에 그치고 있습니다. 전체 코스피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37%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을 크게 하회합니다.
◇Keyman & Comment
최근 액면분할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졌는데요, 대한제분은 오너 3세 이건영 회장을 중심으로 이사회 장기 집권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1967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이 회장은 미국 콜럼비아대 MBA 학위를 받은 뒤 1997년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2007년 사내이사로 최초 선임됐는데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임기를 연장할 예정입니다.
50여년 간 대한제분에 몸담은 이종민 부회장도 이사회 속 핵심 인물입니다. 그룹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2년 이사회에 합류한 뒤 마찬가지로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1954년생으로 70세를 넘었지만 활발히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무 실무를 이끄는 인물도 주목 받는데요, 2021년부터 경영지원실장을 맡은 한붕희 상무의 역할에 관심이 갑니다. 한 실장은 박양진 전 실장의 뒤를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됐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실장은 2022년 성과를 인정 받아 상무로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제분 측에 액면분할의 의미와 향후 주주가치 제고 확대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별도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곰표 밀가루(출처=대한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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