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카드업권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가 존재감을 키우며 판도가 달라졌다. 오랜 기간 유지돼온 은행계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수수료 인하 등 복합적인 외부 환경 속에서 카드사 간 실적 격차도 뚜렷해졌다. 같은 업권 안에서도 사업모델과 전략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주요 경영 지표와 사업 구조를 토대로 기업·은행계 카드사의 경쟁력을 심층 분석하고 향후 판도 변화를 진단한다.
카드업권의 판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은행계 중심의 업권 주도권이 기업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삼성카드가 2년 연속 순이익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카드가 3위로 올라서며 지각변동을 보여줬다. 기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 확대와 특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실적 기반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은행계 카드사는 대출 중심 수익 구조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자산 비중이 높은 구조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에 은행계 역시 최근 신용판매를 늘리면서 본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주도권 회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상품 경쟁력 기반 신용판매 실적 견인 카드업권은 오랜 기간 은행계 중심 구조를 유지해 왔다. 막대한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은행 창구를 통한 안정적 회원 확보와 저렴한 조달 비용은 은행계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대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과 기업계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리며 기존 질서에 균열이 생겼다. 자산 규모 위주 성장에서 벗어나 효율 중심 경쟁이 시장 승패를 좌우하는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10년 만에 업권 1위를 차지하며 업권 재편의 중심에 섰다.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대손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며 차별화된 이익 체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6459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으나 신한카드와 격차를 벌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수익 못지않게 관리의 중요성이 경영 성과 차이를 만드는 핵심 동력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업권 판도를 흔든 주역은 현대카드다. 전략적 마케팅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앞세워 기업계 카드사의 존재감을 단숨에 부각시켰다. 지난해 순이익 3503억원으로 전통 강자인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업권 3위에 올랐다. 상품 라인업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며 신용판매 등 전반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계 카드사의 전략적 기반을 통한 약진을 보여준다.
기업계 카드사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용판매 확대가 자리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해 안정적인 결제 수익 기반을 다졌다. PLCC와 제휴 카드 등 차별화된 상품 전략으로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디지털 채널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도 실적 강화에 기여했다. 이러한 전략적 집중이 기업계 카드사의 시장 내 존재감을 한층 강화하는 동력이 됐다.
◇대출성 자산의 부메랑, 수익 구조 조정 불가피 은행계 카드사는 기업계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년보다 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우리카드가 유일하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자산 비중이 높은 구조가 금리 상승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연체율 증가로 대손충당금 적립이 실적을 압박하며 수익 회복을 제한했다.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힘을 줬던 카드대출이 실적에 발목을 잡은 셈이다.
보수적인 운영 기조도 은행계 카드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기업계 카드사는 전문경영인의 판단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전략 실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차별화된 상품 전략을 신속히 반영하고 있다. 반면 지주 산하에 있는 은행계는 신규 사업 진출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혁신적 전략 실행을 제한하며 경쟁력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비용 관리와 본업 강화가 은행계 카드사의 핵심 과제로 부각된다. 최근 본업인 신용판매 중심 전략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결제 수익 기반을 강화하며 경쟁력 회복을 꾀하고 있다.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한 충성도 제고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은행계 카드사의 전략 실행 속도가 경쟁력 회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