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카드업권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가 존재감을 키우며 판도가 달라졌다. 오랜 기간 유지돼온 은행계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수수료 인하 등 복합적인 외부 환경 속에서 카드사 간 실적 격차도 뚜렷해졌다. 같은 업권 안에서도 사업모델과 전략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주요 경영 지표와 사업 구조를 토대로 기업·은행계 카드사의 경쟁력을 심층 분석하고 향후 판도 변화를 진단한다.
카드업 경쟁 구도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 중심의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전업카드사의 입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제 중심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업권 전반에서는 중장기 수익 모델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카드(Non-Card) 사업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한 분야는 자동차 금융 시장이다. 최근에는 임베디드 금융과 스테이블코인 기반 차세대 결제망 등이 새로운 확장 축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본업을 넘어 금융 인프라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플랫폼 중심 재편에 흔들리는 카드업 구조 카드사 간 점유율 경쟁에 국한됐던 경쟁 구도가 산업 간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제 과정이 간편결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 접점은 점차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직접적인 고객 접점도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간편지급 비중이 약 52% 수준을 차지했다. 간편지급 중 핀테크 기반 서비스 비중은 72.5%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결제 비중의 지속적인 확대는 카드사의 전통적 영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소비 주도권이 카드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카드사의 마케팅과 채널 영향력도 축소되는 흐름이다. 결제 과정에서 생성되는 고객 데이터 역시 플랫폼에 집중되며 활용 범위가 제한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카드사의 역할을 결제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플랫폼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제휴·입점 비용 부담도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본업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 사업 의존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조달 비용 상승과 대손 부담 확대는 대출 중심 수익 구조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수료와 대출 수익이라는 양대 축이 약화되면서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고비용 구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영업 방식의 수익 창출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수익 구조 변화는 카드사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결제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 사업과 연계된 금융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수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사업 영역 확장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결제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흐름이 업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카드 확장으로 돌파구 찾는 카드사들 카드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카드 영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캐피탈사의 전통적 영역이었던 자동차 할부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캐피탈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점이 주효했다. 업권의 자동차 할부 자산은 2022년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축소됐으나 지난해 9조8000억원대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올해 들어 조달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성장세 지속에는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최근에는 서비스형 뱅킹(BaaS) 전환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카드사들은 기존 결제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프라 제공자로의 역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금융 플랫폼에 결제 기능을 내재화하는 임베디드 금융도 확산되고 있다. 모빌리티 영역에서 도입된 카페이(Car Pay)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비금융 데이터도 확보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차세대 결제 인프라도 카드망 없는 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기반의 활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금융과 B2B 영역으로의 확장 전략과 맞물리며 전개되는 모습이다. 디지털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결국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물며 통합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의 재정의가 카드업 판도 재편의 종착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