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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계 vs 은행계 카드업 판도 재편

연이은 수수료 인하, 엇갈린 대출성 자산 취급 셈법

①은행계, 카드론 확대로 실적 방어…우량 고객 확보 나선 기업계

김경찬 기자  2026-04-06 16:05:49

편집자주

카드업권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기업계 카드사가 존재감을 키우며 판도가 달라졌다. 오랜 기간 유지돼온 은행계 중심 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수수료 인하 등 복합적인 외부 환경 속에서 카드사 간 실적 격차도 뚜렷해졌다. 같은 업권 안에서도 사업모델과 전략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주요 경영 지표와 사업 구조를 토대로 기업·은행계 카드사의 경쟁력을 심층 분석하고 향후 판도 변화를 진단한다.
신용카드사들의 수익 구조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렸다.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이후 신용판매 수익성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에 은행계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성 자산 비중을 높이며 실적 방어에 나섰다. 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위주 전략을 유지하며 대출 확대를 자제했다.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최근 들어 리스크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차주 연체가 늘어나면서 대출성 자산 비중이 높은 은행계 카드사의 건전성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충당금 확대는 수익성을 직접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계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떨어지는 수수료율에 신판 수익성도 부진

지난 10년간 신용카드 업권의 수익 구조를 변화시킨 핵심 변수는 가맹점 수수료다. 카드업권은 3년마다 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정된다. 이는 소상공인 생계와 밀접하기 때문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수료율은 다섯 차례 연속 인하만 이뤄졌다. 현재 전체 가맹점 중 96% 이상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사실상 결제 수익은 원가 수준을 밑돌고 있다.

결제 부문 마진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카드사들은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카드사별로 대출성 자산 확대와 신용판매 내실화라는 전략 분화를 촉발했다. 일부 카드사는 공격적으로 대출성 자산을 늘렸지만 다른 카드사는 본업 경쟁력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규제 압력이 업계 전반의 사업 모델을 재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카드대출로 본업의 수익 공백을 메웠다. 금융지주 계열사로서 확보한 낮은 조달 비용을 기반으로 카드대출 수익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은행계 카드사의 대출성 자산 비중은 평균 40.7%에 달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유일하게 연간 1조원이 넘는 카드론 수익을 거두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이 같은 외형 성장 뒤에는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결제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기형적 사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계는 대출 규모를 무분별하게 확대하기보다 보수적인 기조를 고수해왔다. 대출성 자산 비중은 30% 초반대로 억제하며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했다. 대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으로 우량 결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이들의 신판 성장률은 78.4%에 달해 대출성 자산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제치고 개인 신용판매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략적 포트폴리오 차이, 실질 수익성 갈랐다

이러한 전략적 분화는 고금리 기조에서 각 사의 체력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전이되자 대출 비중이 높았던 은행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마진 축소와 연체율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수익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반면 신용판매를 전략의 중심으로 삼은 기업계는 상대적으로 대손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웠다. 결국 지난 수년간의 서로 다른 전략이 현재 실적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됐다.

실제 실적에서도 전략적 선택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부 은행계 카드사는 대손충당금 확대로 순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떨어지는 부진을 겪었다. 기업계는 견고한 신용판매로 이익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카드가 신판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전략적 안정성이 가져온 상징적인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 있는 포트폴리오를 우선한 전략이 위기 국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의 규제 환경은 업권 내 서열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수수료 인하가 본업의 마진을 앗아갔지만 대응 방식에 따라 카드사들의 기초 체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시장의 평가는 자산 규모보다 리스크 통제력이 우수한 카드사로 옮겨가고 있다. 각 사가 선택한 집중의 영역이 오늘날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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