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신탁수수료로 777억원을 벌었다. 5개 분기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며 최근 2년 중 가장 큰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이다. 배경은 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탁 ETF 판매가 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렸다.
다만 추이를 보면 타행과 비교해 조금 늦게 신탁수수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으로 보면 머니무브 수혜의 무게중심이 은행보다는 증권에 쏠린 모습이 보인다. 신한금융은 은행에 더해 비은행 계열사의 외형이 커지는 만큼 4개 자회사 이사회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동시 신설하며 사전 통제 장치도 함께 다듬었다.
◇5분기째 늘어난 은행 자산관리 수익 신한은행 신탁수수료는 77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74.5% 증가했고 직전 최고였던 지난해 4분기 594억원도 30.8% 웃돌았다. 2024년 1분기 431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8배로 불어났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신탁수수료는 비슷한 수준을 오가는 정체기였다. 2024년 한 해 동안은 분기별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신탁수수료가 414억원에서 483억원 사이를 오갔다. 지난해도 비슷한 추이였다. 지난해 1분기 445억원, 2분기 453억원, 3분기 464억원까지도 완만한 증가에 머물렀다.
분위기가 바뀐 시점은 지난해 4분기다. 신탁수수료가 직전 분기 대비 28% 뛰며 594억원으로 점프했다. 이번 1분기에도 30.8% 추가 가속하면서 한번 더 큰 폭 증가했다. 신한은행 측은 신탁수수료 증가에 ETF 판매 호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시 호황 속에 ETF 수요가 확대된 업권 공통의 흐름이 신한은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비슷한 순이익 규모의 국민은행, 하나은행과 비교하면 가속 시점이 한 분기 늦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부터 신탁수수료가 늘기 시작해 올해 1분기 1262억원으로 174.3% 폭등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3분기에 신탁보수 증가율이 28%대로 올라서며 가속을 시작해 1분기 933억원의 신탁수수료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86.9%다. 절대 규모와 증가율 모두 신한은행이 두 은행에 못 미치는 흐름이다.
증시 호황을 은행 신탁 ETF는 100% 흡수하지 못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한투자증권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 순이익은 2884억원은 167.4% 늘었다. 그룹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5% 성장한 1조1882억원을 기록한 데 결정적 동력이 됐다.
◇ 진옥동 회장 4개사 일괄 정비…비예금상품위원회 가동 신한은행의 신탁 ETF 판매 속도는 경쟁 은행에 비해 더뎠다. 하지만 그간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린 만큼 증시가 지금의 변동성을 유지한다면 신한은행의 신탁 ETF 판매 규모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신한투자증권의 외형 성장도 이뤄지면서 신한금융은 은행과 증권, 카드 등 전체 계열사를 아우를 수 있는 소비자보호 전략을 짜고 있다.
먼저 지주 차원의 그룹 소비자보호 경영전략과 자회사 관리계획을 최근 새롭게 수립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등 4개 주요 자회사 이사회 내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동시 신설했다.
자회사 이사회가 소비자보호 경영계획을 직접 심의·의결하고 성과보상체계(KPI) 적정성을 평가하는 구조다. 자회사 단위 책임경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조치다.
진옥동 회장 체제 들어 누적된 행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은 2023년 7월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했다. 이후 그룹사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이 모이는 회의체를 통해 전략을 심의해 왔다.
은행도 여기에 발을 맞췄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윤준 변호사와 채은미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이 중 윤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법률·내부통제 전문가다.
영업 현장과 맞물린 통제 장치도 동시에 작동한다. 신한은행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ETF를 비롯한 신탁상품 출시 단계에서 원금손실 위험과 투자대상을 사전 검토한다.
판매 단계에서는 대면녹취 스크립트에 은행 ETF와 증권사 직접매매의 장단점 비교를 추가했다. 상품설명서 최상단에는 '원금손실 가능 상품' 문구를 명시했고 대면·비대면 신탁보수 비교 자료도 별도로 제시한다. 사후관리 단계에서는 시장이 급변할 때마다 고객에게 '다이렉트 케어' 문자 메시지를 수시 발송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원금손실 위험과 투자대상을 면밀히 검토해 상품을 선정한다"라며 "완전판매를 위한 소비자 유의사항 안내와 대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