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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ETF, 기회와 책임

신탁수익 폭증에 웃은 국민은행, 사전 보호 체계 동시 가동

④리테일 1위 면모 보여준 신탁수수료…이사회·유관부서는 사전예방 강화

노윤주 기자  2026-04-29 07:38:30

편집자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객의 자산이 은행을 떠나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권 화두로 자리 잡은 '머니무브' 현상이다. 이에 은행도 특정금전신탁 ETF 상품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직접 투자 대신 은행에 운용을 맡기는 고객의 수요도 분명하다. 은행 창구로 흘러 들어오는 ETF 자금은 반년 만에 3배를 넘겼다. 은행에는 비이자 수익을 확대할 기회이지만 일각에서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머니무브 과정에서 은행의 ETF 상품 판매 현황과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를 살펴본다.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신탁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174% 폭증했다. 14년 만에 분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시나 배경에는 신탁 ETF 판매가 있다. 증시 호황에 따른 투자 수요를 빠르게 신탁 채널로 흡수했다. 은행 예금을 떠나 자본시장에 투자하려는 자금의 이동 일명 '머니무브'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은행의 대응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명불허전 리테일 강자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마냥 기뻐만 하기는 이르다. 개인 고객이 많은 만큼 소비자보호 책임도 뒤따른다. 홍콩 H지수 ELS 때도 국민은행의 고객이 가장 많았다. 이에 국민은행은 은행 자체 그리고 지주 차원에서 사전예방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소비자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신탁수수료 분기 사상 최고…2년 새 2.7배

국민은행은 머니무브 속에서도 은행의 고객을 지켜냈다고 자체 평가했다. 예금 고객도 증가한 데 더해 투자상품을 찾는 고객까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국민은행 신탁수수료는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3% 증가했다. 직전 최고였던 2018년 1분기 106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의 전체 WM 수수료 구성에서도 신탁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 국민은행 WM 수수료이익은 1분기 2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했고 이 중 신탁이 1260억원으로 절반이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증시 호황과 맞물려 가파르게 신탁을 통한 ETF 투자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전년 동기에는 신탁 수수료가 46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3분기 665억원으로 한 번 뛰었다. 그리고 4분기 837억원을 거쳐 이번 분기 1262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인한 ETF가 신탁수수료 증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라며 "전 고객군을 중심으로 가입이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지주의 신탁이익도 커졌다. 올 1분기 KB금융 신탁이익은 2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023억원 대비 118.4% 증가했다. 그룹 순수수료 이익도 1조3593억원으로 45.5%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사회 위원회 신설·조기경보…안전장치 마련 집중

신탁을 통한 투자상품 판매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따라붙는 것이 있다. 바로 소비자보호다.

과거 사례는 여전히 은행의 고민을 복합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은 1분기 영업외손익에 ELS 과징금 관련 추가 충당부채 980억원을 반영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로 인한 고객 보상비용은 그룹 지표에 일시적 하방 압력으로 남아 있다. 리테일 1위로서 ELS 판매 규모도 가장 컸던 만큼 사후 부담도 더 무거운 구조다.

ETF 신탁이 ELS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는 형국이라 사전 점검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이에 지주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먼저 올해 KB금융은 그룹 사전예방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5주년에 맞춰 소비자보호 품질지수(CPQI)도 도입했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단계 관리지표를 한데 모아 데이터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다.

위험 수준에 따라 정상·관찰·위험 3단계 조기경보를 가동한다. 특히 상품판매 전 단계에서 투자성향 대비 상품위험도 매칭 적정성, 상품 위험등급별 구성비율 적정성, 특정펀드 편중 위험 등을 점검한다. ETF 쏠림에 직접 작동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은행 차원의 거버넌스도 강화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사외이사 2인과 이사(부행장) 1인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소비자보호 관련 경영전략과 정책을 직접 심의·의결한다. 아울러 성과보상체계(KPI)에 대한 소비자보호 관점 평가, 금감원 실태평가·검사 결과 후속 조치 관리까지 맡는다.

또 올해 은행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연 위원은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조세연구원, KDI를 거쳤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과정에 기여했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방안' 등 다수의 연구보고서를 낸 인물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ETF를 비롯한 신탁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판매 과정에서 고객 보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성향 확인부터 상품 설명까지 각 단계를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판매 관행을 꾸준히 점검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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