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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대전환 시대, 은행의 리스크 관리

"CRO는 리스크와 사업 사이 균형감각 갖춰야"

①박영진 KB국민은행 CRO "특정 자산 쏠림 경계, 편중리스크관리체계 도입"

조은아 기자  2026-03-31 07:44:53

편집자주

금융환경이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조정,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복합적인 변수 속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동시에 생산적 금융 확대와 자본 규제 강화 등 새로운 과제도 은행권에 요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리스크 관리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자산건전성 관리에서 벗어나 자본 효율성, 포트폴리오 전략, 소비자 보호까지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각 은행의 리스크 관리 조직을 이끄는 CRO를 만나 은행권이 직면한 리스크 환경과 대응 전략, 향후 관리 방향을 들어본다.
은행업의 본질을 묻는다면 당연히 여신과 수신이라는 답이 돌아오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리스크 관리' 역시 은행 경쟁력의 핵심이다.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희비도 엇갈리는 시대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성적표를 보면 KB국민은행이 단연 앞서 있다. 시중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전년 대비 낮아졌다. NPL커버리지비율은 유일하게 높아졌다.

특별한 배경이 있을까.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박영진 리스크관리그룹대표(CRO)를 만났다.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제시하고,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비결을 꼽자면 '역동성'에 답이 있었다.

◇"리스크와 사업 모두 이해하는 균형감각이 중요"

리스크 관리는 다양한 은행 업무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높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런 만큼 실무자 출신이 CRO에 오른다. 박 CRO 역시 2006년부터 리스크 관리 외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전까지는 기업금융 쪽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박 CRO는 "영업현장에서 기업금융 관련 역량을 꾸준히 키운 점이 리스크 관리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CRO는 1998년에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제일 처음 영업점에서 맡은 업무가 기업금융이었다. 이후에도 7~8년가량 본점에서 관련 업무에 몸담았다. 그는 "이 시기 기업여신을 취급하는 데 있어 어떠한 애로사항이 있고, 또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 하는지, 감독 당국은 어떤 관점으로 기업여신을 바라보는지 등 기업금융 관련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바젤2 도입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기업여신을 잘 아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은행의 판단에 따라 2006년 본점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현장 경험 없이 리스크만 들여다볼 경우 결국엔 무조건 리스크를 통제하고 회피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CRO에겐 리스크뿐만 아니라 사업을 이해하는 등 양쪽 사이의 균형감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내 주요 회의체에 대부분 참여

박 CRO에게 하루 일과를 묻자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가야 하는 회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 대부분의 활동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점검하고, 각 사업그룹에서 추진했던 사업의 잠재 위험요인을 논의하는 등 리스크관리그룹의 의견을 현업에 전달하고 실제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 CRO는 은행의 주요 회의에 거의 참석해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도 각종 회의에 참석해 은행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듣고, 또 어떤 사업들이 중점적으로 추진되는지 알아야지만 생산적인 리스크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CRO가 리스크관리그룹에 몸담으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국민은행의 추정손실(Estimated Loss) 규모는 1년 사이 31.1% 급증했는데 배경엔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 등 특정 부문이 부실한 영향이 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크게 배웠던 건 은행에서 운영하는 여신도 특정 업종, 특정 시기에 쏠림이 단기간에 이뤄지면 나중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점을 교훈삼아 지난해 하반기 '편중리스크관리체계'를 도입해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은행에선 볼 수 없는 관리체계다. 자산의 양적·질적 편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머니무브인덱스' 만든다… RWA 분석 시스템도 오픈

박 CRO는 올해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환율을 꼽았다. 환율이 갑작스럽게 거대한 변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에 더해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건전성 악화도 자본비율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부분도 잘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무브'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동성비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반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이 증권사로 이탈하면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의 현금 유출에 영향을 준다. 이 경우 고금리 특판예금을 발행하거나 시장성 조달을 해야 되는데 한계가 있어 결국 LCR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머니무브를 아직 크게 실감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현금 유출입을 지켜보는 중인데 이것만으로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어 머니무브지수를 만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상반기에 계획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사업그룹과 영업점에 RWA(위험가중자산) 분석 시스템도 오픈했다. 이를 통해 RWA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사전관리체계를 운영 중이다. 사업그룹이나 영업점에서 자산 운영 계획과 관련한 수치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RWA가 어느 정도 순증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리스크관리그룹은 1분기 추이를 보고, 이후 각 사업그룹에 RWA 목표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박 CRO는 "RWA가 증가하더라도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되면 (증가해도) 괜찮다"며 "이제 영업점에서도 수치를 입력하면 RWA와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값을 볼 수 있어 영업점에서도 영업을 추진할 때 이런 관점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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