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는 별도 관리목표가 부여됐다. 동시에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또 다른 숙제도 하달됐다. 은행은 이제 가계 빗장을 자발적으로 잠글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죄고, 다른 쪽에서는 첨단·벤처·지역으로 자금을 돌려야 하는 양면 압박이다. 이미 가계대출은 눈에 띄게 줄고 그 자리를 기업대출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정책에 따른 은행권 가계대출 흐름을 점검하고 금융 자금 재배치가 수익성, 건전성 등 은행권 전반의 영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짚어본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이 빠르게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통계에서 풍선효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3년 만에 처음 감소 전환한 반면 비은행권은 두 배 가까이 증가폭을 키웠다.
이런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도 마련되고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에는 LTV 규제를 의무화했고 저축은행은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구조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줄인 규제의 효과가 다른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관리망을 전 업권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예금은행 주담대 멈춘 자리 채운 상호금융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조원 늘었다. 시중은행이 빗장을 걸었는데도 전체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런 통계가 나온 데는 업권별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는 배경이 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1분기에 2000억원 감소해 2023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6조원 증가를 기록했지만 한 분기 사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타이트하게 관리한 효과가 통계에 그대로 잡혔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8조2000억원 늘었다. 직전 분기 증가폭인 4조1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중 기타대출은 줄었지만 주택관련대출 증가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3% 확대됐다. 예금은행 주택관련대출이 3000억원 증가에 그친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주담대 수요가 시중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은행권 세부에선 상호금융이 5조1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새마을금고는 2조4000억원, 신협은 9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만 2000억원 감소해 비예금은행권 안에서도 결이 갈렸다.
◇은행 넘어 전 업권으로 확장된 관리망 정부는 풍선효과가 더 격화되기 전에 차단 장치를 잇달아 꺼냈다. 금융자산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게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건 규제 의도와 반대되는 움직임이기에 관리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금융위원회의 새마을금고 가계부채 관리목표 설정이다. 올해 관리목표를 '순증 0원'으로 못 박았다. 지난해 관리목표를 크게 초과한 데 페널티를 부여했다. 대출을 원천 차단하지 않았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당국이 제시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1조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온투업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당국은 4월부터 LTV 규제를 온투업에 적용하면서 대출 취급 한도를 직접적으로 조이고 있다. 규제지역은 LTV 40%, 비규제지역은 70%로 시중은행과 동일하다. 주택가격별 대출한도도 지켜야 한다.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차등 적용한다.
저축은행은 영업 구조 자체를 손보고 있다. 당국은 2월 저축은행 예대율 산정 체계를 개편했다. 수도권 대출 가중치를 100%에서 105%로 높이고 비수도권 대출 가중치는 95%로 낮췄다. 수도권 가계대출 쏠림을 억제하고 지방 실물경제로 자금이 흐르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영업 대상도 서민·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꿔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