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는 별도 관리목표가 부여됐다. 동시에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또 다른 숙제도 하달됐다. 은행은 이제 가계 빗장을 자발적으로 잠글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죄고, 다른 쪽에서는 첨단·벤처·지역으로 자금을 돌려야 하는 양면 압박이다. 이미 가계대출은 눈에 띄게 줄고 그 자리를 기업대출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정책에 따른 은행권 가계대출 흐름을 점검하고 금융 자금 재배치가 수익성, 건전성 등 은행권 전반의 영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짚어본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571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중은행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어준 후 1년 만이다. 견조한 이자이익이 신한은행의 수익을 받쳐줬다.
눈에 띄는 점은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을 상당수 덜어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익이 늘어났는데 빈자리를 기업대출이 메워준 덕분이다. 동시에 신한은행은 생산적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 기술담보 대출 등도 확대했다. 그렇다고 부동산업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었다.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 부동산 담보 대출은 늘렸다.
◇가계대출 강하게 관리…전세 수요↓ 대출↓ 신한은행 실적자료에 따르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45조4675억원이다. 지난해 말 146조4106억원과 비교해 9432억원 감소했다. 증감률은 -0.6%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직전 흐름과 정반대 방향이다
감소 배경엔 전세대출이 있다. 이 항목의 잔액은 지난해 말 31조166억원에서 올해 1분기말 30조784억원으로 9382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전체 감소 규모인 9432억원의 대부분이 전세대출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전세시장 위축이 직접적으로 잡힌 결과로 해석된다.
주택담보대출도 73조6731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5143억원 줄었다. 우량신용대출 역시 14조7191억원으로 2.3% 축소됐다.
올해 가계대출 목표 성장률을 놓고 보면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의 관리 강도가 가장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는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을 1조5896억원 덜어냈다. 연초 제시한 연 증가 목표(8500억원) 대비 달성률이 -187%다.
같은 기간 타 시중은행도 가계대출을 줄이긴 했지만 그 중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관리가 가장 뚜렷하다. 타 시중은행의 1분기 가계대출 목표 대비 달성률은 △국민은행 -178% △하나은행 -175% △농협은행 -156% △우리은행 -41.7%다.
연간 총량을 분기별로 균등 관리해야 하는 새 규제 환경에서 신한은행이 상반기부터 여유 한도를 가장 두텁게 확보해 둔 셈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5%로 직전 분기 대비 1bp 오르는 데 그쳤다.
◇이자이익 끌어올리며 자산 선별 나선 1분기 신한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403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NIM)은 직전 분기 1.58%에서 1.60%로 2bp 올랐다.
가계가 빠진 자리에 기업여신을 채워 이익 공백이 없게했다. 게다가 단순 상쇄 수준을 넘어선다. 1분기 말 신한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93조355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 늘었다. 줄어든 가계 잔액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5조원대 증가로 신한은행이 이번 분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신이 기업여신임을 알 수 있다.
역시나 대기업 부문의 확장이 있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여신은 2조5964억원 늘며 6.1% 증가했다. 그런데 업종별로 보면 대기업 부동산·임대업이 1조4833억원 늘며 81.8% 급증했다. 임대수익 기반의 비교적 우량한 대기업 부동산 익스포저는 키운 반면 프로젝트 리스크가 큰 건설업은 잔액을 1조3102억원에서 623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부동산 익스포저 확대만 보면 생산적 금융과 결을 달리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조업도 10% 늘어 17조8065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첨단산업 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기술신용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1분기 관련 대출 잔액은 44조6517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이에 1분기 중소기업 여신은 2조9516억원(2.0%) 늘었지만 부동산임대업 잔액은 47조4751억원으로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기 전체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기 제조업은 1조153억원(3.0%), 외부감사 대상 중기는 1조2250억원(4.0%) 늘며 기업여신 평균을 웃돌았다. 같은 중기 카테고리 안에서도 부동산 담보 비중이 큰 항목은 묶어두고 기술력 기반 우량 차주에 자금을 몰아주는 전략을 알 수 있다.
SOHO 부동산임대업은 31조8509억원으로 0.2% 증가에 그쳤다. SOHO 부동산임대업이 SOHO 전체 잔액의 44.5%를 차지하는 가장 큰 항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