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
애니플러스, 라프텔 지분 확대 부담 배당금으로 방어
141억 유출에도 170억 현금 유입, 애니맥스 합병 후 재무 여력 기대
정유현 기자 2026-05-29 08:17:4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애니플러스가 올해 1분기 종속회사 라프텔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지만 현금성 자산 감소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지분 취득금을 웃도는 일회성 배당금 수익이 유입되며 유동성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환사채(CB) 풋옵션 대응 등 추가 현금 지출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현금이 두둑한 자회사 애니맥스와의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재무 대응 여력도 한층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분기 라프텔 지분 취득 불구 현금성 자산 규모 유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니플러스의 별도 기준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5억3248만원으로 지난해 말 84억8319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유동성 자산도 전기 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애니플러스는 지난 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라프텔 콜옵션 행사의 건을 의결하고 이행했다. 주식 2만5000주를 취득하는데 141억원을 투입했다. 지분 취득 후 지분율은 62.6%로 확대됐다.
라프텔은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2022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함께 라프텔의 지분 87%를 인수했다. 라프텔이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성장세를 이어가자 지난해 케이스톤으로부터 1만2500주(6.25%)를 64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연이은 지분 취득에도 현금 감소 폭이 제한적이었던 배경에는 배당금 유입이 있었다. 1분기 중 약 170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전년 동기 배당금 수익(5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상 배당 주체가 별도로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취득 자금을 웃도는 현금이 유입되며 유동성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과 현금흐름에도 배당금 수취 영향이 반영됐다. 별도 기준 1분기 매출은 97억원, 영업이익은 12억원에 그쳤지만 배당금 수익 등을 포함한 금융수익이 184억원에 달하면서 순이익은 177억원으로 확대됐다.
현금흐름 역시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8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것과 달리 별도 기준은 217억원 순유입을 나타냈다. 다만 영업활동 자체에서 창출한 현금보다 일회성 배당금 유입 영향이 컸던 만큼 이를 제외할 경우 실제 현금 여력은 지금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니맥스 합병 통해 유동성 여력 개선 전망, 주가 상황 CB 풋옵션 변수
향후 현금 대응 여력을 키울 수 있는 카드도 남아 있다. 애니플러스는 지난 3월 자회사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이하 애니맥스)흡수합병을 발표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신주 발행 없는 무증자 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합병은 애니메이션 IP 확보, VOD 유통, 상품 제작 등 조직 통합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목적이지만 재무적으로도 긍정적이다.
애니맥스는 지난해 1월부터 '귀멸의 칼날' 시리즈 한국어 더빙판을 방영하며 콘텐츠 흥행 효과를 누렸다. 2025년 매출은 444억원으로 전년 281억원 대비 58% 급증했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18억원으로 전년 73억원 대비 4배 이상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55% 수준으로 재무구조도 양호하다.
특히 애니맥스 합병으로 확보하게 될 현금성 자산은 향후 유동성 관리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니플러스는 2024년 발행한 120억원 규모 5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해 오는 10월부터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대응에 나서야 한다.
현재 전환가액은 3367원이지만 28일 종가 기준 주가는 2295원으로 전환가액을 약 32% 밑돌고 있다.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도 없어 사채권자의 주식 전환 유인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단기간 내 주가 반등 가능성을 낮게 판단할 경우 풋옵션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애니맥스와 합병이 완료되면 현금 여력이 크게 확대되는 만큼 상환 대응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니플러스 측은 합병일 변경에 대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특성상 방송통신위원회의 변경등록 절차가 필요하다"며 "현재 관련 심사가 진행 중으로 향후 심의 일정에 따라 합병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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