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콘텐츠 유통 전문기업 애니플러스의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이 서둘러 이익 실현에 나섰다. 대형 IP(Intellectual Property) 개봉 이슈로 주가가 반등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30%에 가까운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이번 전환을 통해 단기간 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타임 애니메이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하 키움-타임 조합)은 올해 두 차례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 5월 12일과 7월 14일에 175억원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전환 주식 총수는 523만270주다. 행사가격은 각각 주당 3157원, 3636원이었다.
해당 사채는 2023년 4월 발행됐다. 애니플러스는 당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50억원의 CB를 찍었다. 자금은 모두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유한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데 사용됐다. △키움증권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리버스톤 등이 투자조합을 조성해 출자했다.
최초 전환가액은 4510원으로 전환청구기간은 지난해 4월 21일부터 시작됐다. 다만 CB 발행 후 주가 흐름이 부진한 탓에 전환가액은 최저 조정가액(3157원)까지 주저앉았다.
상황이 반등 국면을 맞이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말 239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반등 흐름을 보이며 지난 11일에는 6170원을 찍었다. 큰 반등 흐름이 나오자 전환가액은 3636원으로 재차 조정되기도 했다. 최근 주가를 30% 이상 밑도는 수치다.
키움-타임 조합은 오랜만에 찾아온 차익 실현 기회에 발 빠르게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모습이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월 이후 처음이었다. 조합은 지난 5월 12일 100억원 규모의 CB를 전환했고 물량은 동월 27일 상장됐다. 이후에도 주가 반등이 이어지자 이달 14일 나머지 물량을 마저 전환했다. 75억원 수준으로 상장 예정일은 이달 31일이다.
지난 5월 전환된 물량은 모두 시장에 출회됐다. 키움-타임 조합은 지난 6월 12일 공시를 통해 보유 주식 554만3237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밝혔다. 매각일은 5월 13일과 6월 12일로, 매각 단가는 각각 3710원과 4056원이었다. 매각 규모를 고려하면 총 28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CB 투자금 대비 약 28%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한편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로 인해 미전환사채는 모두 소진됐다. 현재 잔여 해당 CB에 대한 잔여 물량은 남아있지 않다. 애니플러스가 4월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통해 76억원의 사채를 선제적으로 취득한 바 있다.
애니플러스는 방송채널 운영과 콘텐츠 유통, 굿즈·콜라보 IP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복합 콘텐츠 기업이다. 주로 애니메이션 등 상품의 전시·방영과 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의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
실적은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30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1113억원) 대비 17.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28억원에서 25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분기의 경우 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25억원)에 비해 61.6% 늘어난 실적이다.
자료=네이버증권
주가가 급등한 것은 ‘귀멸의 칼날’ 개봉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반기 ‘진격의 거인’에 이어 하반기에도 메가 IP 개봉이 예정되면서 콘텐츠 흥행에 따른 실적 호조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굿즈·콜라보 사업 확대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더벨은 이날 애니플러스 측에 투자자 엑시트에 따른 주가 영향과 대응 방향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