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이슈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하나의 회사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여러 산업과 사업 모델이 결합된 거대한 연합체에 가깝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CFO 체계다.
일반 기업에는 CFO가 한 명이다. 회사의 돈과 후선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은 한 명이면 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다르다. 전사 경영지원담당(박순철 부사장)이 있고, 별도로 DS부문 경영지원담당(김홍경 부사장)이 있다. 사실상 두 명의 CFO가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조직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TV, 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전형적인 B2C 기업에 가깝다. 반면 DS부문은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B2B 성격을 가졌다. 소비자 수요와 브랜드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과 수십조원 규모의 설비투자와 기술력이 중요한 사업이 한 회사 내 공존한다.
재무 조직이 분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DX가 관리해야 할 숫자와 DS가 관리해야 할 숫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CFO가 둘인 이유는 삼성전자가 세트(완제품)와 부품이라는 서로 다른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구조가 강점이었다. DS부문이 생산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DX부문의 스마트폰과 TV에 공급하며 안정적인 내부 수요를 확보했고, DX부문은 이를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사업부 간 협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기술 시너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업부별 독립 경영과 수익성 중심의 '각자도생' 기조가 강해지면서 과거의 시너지는 약화됐다. 스마트폰 사업부조차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칩(엑시노스)보다 퀄컴의 칩(스냅드래곤)을 선호한다. DS부문 역시 내부 고객보다 외부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에도 핵심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딜레마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동시에 시스템LSI라는 팹리스 사업도 운영한다. 사업부 간 정보 차단 장치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이해상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DS와 DX 간 성과급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삼성전자 소속이라도 사업 환경과 수익 구조가 다르다 보니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회사 안에서 서로 다른 산업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삼성전자에 CFO가 두 명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조직상의 특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쟁력과 구조적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이다. 각 사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경영의 난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성과급 논란 역시 그 단면이다. 반도체와 완제품, B2B와 B2C, 내부 시너지와 독립 경영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 삼성전자는 지금 그 난제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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