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엔비디아 인공지능(AI)가속기의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담당하며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했다. 두산의 자체 사업인 전자BG(비즈니스그룹)가 생산하는 CCL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최대 빅테크의 공급망을 뚫었다. 공급망 진입을 계기로 가동률이 급등하며 전자BG는 해외 증설을 계획 중이다. 당장 올해 예상되는 투자액만 지난해의 3배 이상 규모다.
최근 두산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AI가속기와 800G(초당 800기가비트)급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CCL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함이다. 예상 투자금액은 1800억원이다.
두산이 해외 공장 신증설에 나선 데는 넘치는 가동률을 꼽을 수 있다. 전자BG는 국내 익산·김제, 증평, 김천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중 김제공장은 2024년 9월 준공한 신규 거점이며 익산공장은 2004년 설비를 들여 생산 역사가 20년이 넘은 곳이다. 중국은 현지 수요 대응용이다. 나머지 증평·김천공장이 그동안 글로벌 물량 공급원 역할을 했다. 다만 이 두곳을 포함한 전 거점의 연간 가동률은 높아야 70%로 생산능력 대비 가동 효율이 저조한 편이었다.
안정적인 수준의 가동률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전자BG는 2023년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기점으로 실적과 가동률 측면에서 모두 큰폭의 성장을 거뒀다. 그해 하반기 두산은 엔비디아 AI가속기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에 CCL을 납품하며 CCL(두산)→PCB→엔비디아로 연결되는 공급망의 한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은 곧바로 두산 전자BG의 성과로 이어졌다. 쏟아지는 물량에 힘입어 2024년 증평공장이 처음으로 가동률 100%선을 넘어섰고 이듬해 김천공장도 105.3%의 가동률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증평(122.0%)·김천(106.7%)공장은 100% 이상의 가동률을 나타내며 넘치는 수요를 받아내고 있다. 50%대였던 익산공장은 김제 신공장의 가세로 합산 가동률 76.6% 수준까지 뛰었다.
매출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2024년 전자BG 매출은 전년 대비 33.9% 증가한 1조63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선을 넘어섰고 지속되는 수주 물량에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1조8751억원으로 2조원선에 근접했다. 올해 1분기에는 이미 6173억원의 매출을 올려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준비 중이다. 고부가 하이엔드 제품군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23년 64%에서 지난해 82%로 오르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두산 연결매출에서 전자BG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 1분기 처음으로 두자릿수대(12.2%)를 기록했다.
이렇듯 엔비디아라는 확실한 최종 고객사를 통해 급성장한 두산은 중장기 수요 증가세에 대비하며 태국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태국에 생산거점을 둔 대만 PCB 업체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이 역시 CCL(두산)→PCB→엔비디아 구조다.
앞으로 약 3년간 진행될 태국 신공장 투자에 1800억원을 배정하면서 전자BG의 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자BG의 신증설 투자액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5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유지되다 김제 신공장 가동으로 지난해 931억원으로 한차례 뛴 바 있다. 여기에 두산은 올해와 내년에만 연간 3000억원의 투자금을 전자BG에 투입하기로 하며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CCL 신증설에 따라 연간 투자액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나 회사 자체적인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2000억원뿐이던 두산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조2300억원, 올해 1분기 1조6400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도 1조4000억원에서 63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해 상환 부담을 덜어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주식 117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해 9500억원을 조달하는 등 현금을 끌어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