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권은 재도약 시기에 서 있다. 서민과 중소상공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지역금융기관으로 출발한 저축은행은 1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손님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전략을 구사하면서 몸집도 빠르게 불려 나갔다.
하지만 이 전략이 개인차주 부실 뿐 아니라 부동산PF를 비롯한 대형 부실로까지 이어졌다. 불과 최근까지 저축은행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저축은행은 몇년간 부실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작년부터는 업권 총합 수익성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호황에 몸집 빠르게 불리자 불황에 휘청…반복된 히스토리 저축은행의 역사는 1972년부터 시작했다. 사금융 양성화를 위해 상호신용금고법 등 3법이 제정되면서 상호신용금고가 출범했다. 제도권 밖 자금시장을 흡수해 서민과 영세 상공인에게 돈을 대는 게 역할이었다. 2002년 상호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꿨다.
저축은행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저신용 차주다. 부실 위험이 높은 고객군과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조달금리 등 근본적 이유로 저축은행은 자연스럽게 중·고금리 위주 여신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게 됐다. 이 점에서 한때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 이율을 제공한다는 매력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사업장의 미래 현금흐름에 기대는 부동산PF는 어느새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이 됐다. 이 영업으로 저축은행 업권은 2022년 말 총자산 138조6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외형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포트폴리오가 부동산과 고위험 여신에 쏠려 경기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이 약점은 주기적으로 터졌다. 부동산 호황기에 몸집을 키우고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받아 부실을 대거 덜어내는 작업이 반복됐다.
2011년 PF 부실이 번지며 저축은행 약 30곳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당시 약 2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끝에 지금의 79개사 체제가 짜였다. 2022년 이후로는 PF가 무더기로 부실로 돌아섰고 업권은 2023, 2024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저축은행 위기설이 대두된 배경이다.
◇부실 걷어내며 키운 기초체력…숙제는 수익 기반 재설계 저축은행은 먼저 부실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을 매각처리했고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 흡수 여력을 키워나갔다. 부실을 덜어내자 지난해 기준으로는 업권 흑자를 달성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4173억원으로 전년 순손실 4232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앞서 진행한 건전성 확대 작업이었다. 본업의 경쟁력이 커졌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다. 이자이익은 5조41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지만 부실여신을 덜어내며 대손충당금전입액이 3조2645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연체율도 2024년 말 8.52%에서 2025년 말 6.04%로 내려갔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8.00%로 전년 대비 3분의 1 넘게 줄며 PF 정리 효과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에도 흑자 기조는 유지됐다. 합산 순이익은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440억원의 7.6배로 불었다. 다만 양상은 또 다르다. 비용을 줄여 흑자를 낸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유가증권 투자에서 난 수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본업인 이자이익은 1조3609억원으로 0.9%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비이자이익은 2944억원으로 1년 전 267억원의 약 11배로 뛰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매도가능증권처분이익이 1075억원으로 전년 11억원에서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1분기 말 업권 BIS비율은 16%로 안정권을 지켰다.
다만 언제까지 투자수익에 기댈 수는 없다. 시장의 흐름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려면 '투자 잘하는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본업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손실흡수능력 강화, 부실자산 정리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 저축은행의 영업부진이 이어지는 것도 추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