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애큐온 M&A

애큐온캐피탈, 한화판 '삼성벤처투자' 될까

신기사 라이선스 활용법 주목…과거 삼성페이 기술 확보한 삼성벤처투자모델 재현 기대

김보겸 기자  2026-07-01 07:50:42
한화생명의 애큐온캐피탈 인수가 금융업 외연 확장을 넘어 그룹 내 핵심기술 투자를 담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 장벽이 낮은 캐피탈사를 활용해 그룹의 주력인 방산과 항공우주 등 첨단 제조 부문의 유망 벤처기업 투자를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의 모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벤처투자를 적극 활용했던 모델이 한화그룹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애큐온캐피탈은 최근 리테일 부실을 털어내고 기업·투자금융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한화그룹의 자본력이 결합하면 원천기술을 가진 국내외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지분 투자를 담당하는 금융-제조 시너지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기술금융 기반 한화판 삼성벤처투자 시나리오 주목

애큐온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189명의 임직원을 두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중심의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다져왔다. 시장에선 한화생명 품에 안길 애큐온캐피탈이 향후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 면허를 활용해 그룹 내 핵심 기술 소싱의 전위 부대로 기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삼성벤처투자 모델의 벤치마킹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오프라인 간편결제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벤처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할 당시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화그룹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방산, 항공우주, 태양광 등 대규모 제조업 기반의 주력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애큐온캐피탈도 올 1분기 기준 899억원 규모의 신기술금융 투자 자산을 굴리고 있는 현역 신기사 라이선스 보유사다. 한화그룹이 인수 후 추가적인 면허 취득 절차 없이 방산과 항공우주 등 그룹사 연계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애큐온캐피탈이 삼성그룹의 삼성벤처투자처럼 유망한 국내외 벤처기업들을 발굴하고 초기 지분 투자나 인수를 주도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는 자금 운용 및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다"며 "한화그룹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용등급 A급인 애큐온캐피탈의 조달 금리 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지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력이 그룹의 전략적 투자(SI)로 연결되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기존의 기업·투자금융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기초 체력을 다진 뒤 점진적으로 방산 기초기술 투자 등 특화 분야로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남 독립경영' 시험대…캐피탈·저축은행 인수로 수익성 제고

이번 M&A는 한화그룹이 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개편 및 후계 구도 정비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제조·방산·태양광 부문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형태로 후계 구도를 정비해 왔다.

실제 한화그룹은 과거 비금융 제조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대다수 금융 계열사 지분을 한화생명 등으로 모으는 자산 재편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금융 계열사 공동 브랜드인 '라이프플러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독립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김동원 사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후 한화 금융 부문은 국내외에서 보다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추진해 왔다. 자산 규모가 큰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패키지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금융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독립 경영 체제 체급이 한 단계 격상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업은 규제 특성상 자산운용의 대부분을 안전자산인 채권에 묶어둬야 해서 자체적인 고수익 투자처 발굴에 한계가 있다"며 "차남이 이끄는 금융 분야에 고수익 IB 딜과 벤처 투자를 전담할 수 있는 캐피탈사와 서울권 영업망을 지닌 저축은행을 동시에 이식함으로써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독립적인 수익 창출력을 증명하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