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에서 분할하는 데이터센터(DC)법인 SK호라이즌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조원대 지분가치를 인정받았다. 분할로 넘겨받을 순자산 장부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이 책정됐다.
장부가와 FI들이 인정한 지분가치의 간극을 메우는 논리는 자산의 연식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호라이즌의 DC 자산은 대부분 건설 및 매입이 이뤄진 지 상당 기간이 흘렀다. 이에 장부가에는 장기간의 감가상각이 반영됐다. FI들은 SK호라이즌의 DC 자산 가치와 함께 성장성도 매우 높게 평가한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FI 밸류 장부가 10배인 5.1조, 간극 메울 논리는 낮은 취득원가와 감가상각
SK브로드밴드는 올 8월27일 이사회에서 DC 사업 등을 인적분할해 SK호라이즌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SK호라이즌은 SK브로드밴드의 순자산 16.5%인 4758억원을 분할 받아 내년 2월 설립될 예정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하 IMM컨소)은 1조8811억원을 투입해 SK호라이즌 지분 37%를 취득하기로 했다. SK호라이즌 지분 100% 가치를 약 5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순자산 대비 10.7배 밸류에이션을 이번 투자에 적용한 셈이다.
FI들은 이번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SK호라이즌 자산의 실제 가치를 장부가보다 크게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가 구로, 분당, 판교 등에 보유한 DC가 SK호라이즌의 핵심 자산이다.
SK호라이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DC 자산 대부분은 건설 및 매입 시기가 상당히 오래돼 현재 물가 대비 SK 측 투자 비용이 매우 낮았다”며 “이 자산들은 시간이 지나 장부상 감가도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메가와트(MW)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해당 자산을 현재 확보하려면 장부가보다 몇 배는 넘는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장부가가 낮다는 점은 공시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보면 SK브로드밴드 별도 기준으로 유형자산 취득원가는 12조2637억원, 감가상각누계액은 8조6315억원이 잡혀 있다. 유형자산 장부금액은 3조6317억원으로 취득원가의 70%가 이미 상각됐다. 기계장치만 보면 취득원가 10조8099억원에 장부가 2조5550억원으로 상각률이 76%다.
상각 대상이 아닌 토지에서도 장부가와 실제 자산 가치의 격차가 드러난다. 반기보고서상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한 면적 33만6459.64㎡의 토지 공시지가는 5916억원이다. 이는 장부가 4615억원보다 28% 높다. FI들이 책정한 5조원대 기업가치가 자산들의 실제 가치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클로드를 활용한 이미지
◇AI 열풍 속 DC 중요도 높아져, SK호라이즌 수익성 개선 전망
SK그룹 측은 SK호라이즌 기업가치를 FI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향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 수익성 지표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관계자도 “EBITDA 멀티플을 기준으로 SK호라이즌 기업가치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AI 관련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면 SK호라이즌의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FI가 전망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SK브로드밴드 공시를 봐도 건설 중인 자산 규모가 작년 1123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2839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시설투자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FI가 책정한 지분 100% 기준 5조1000억원의 밸류에이션에 15배 이상의 EBITDA 멀티플을 내부적으로 적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5배 기준으로 이를 역산하면 SK호라이즌 EBITDA가 3392억원에 달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SK호라이즌으로 분할될 사업부문의 작년 매출액 347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EBITDA가 매출과 맞먹는 수익 구조는 성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FI가 현재 실적이 아니라 향후 가동 물량까지 반영한 전망치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책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AI 관련 설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DC용 전력, 토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경우 기존 DC의 수익성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