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지주사인 세아홀딩스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및 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가운데 비상장 100% 자회사 아이언그레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언그레이가 지주사의 밸류업 실행 속도에 맞춰 4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전격 단행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금 수혈에 의존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주사 주주환원 로드맵을 뒷받침하는 핵심 계열사로 위상을 완벽히 전환했다는 평가다.
◇세아홀딩스, 300억 규모 주주환원…부족한 현금 자산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에 걸쳐 전체 발행주식의 4.4%에 해당하는 자사주 18만7000주를 공개매수했다. 총 300억원 규모다. 세아홀딩스는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행보는 앞서 세아홀딩스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의 첫 실행 단계다.
세아홀딩스는 오는 2027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6% 이상 △유통주식수 확대 △PBR 0.5배 달성을 목표로 2028년까지 총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예고한 바 있다. 그간 세아홀딩스의 PBR은 △2023년 0.2배 △2024년 0.17배 △2025년 0.25배로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려왔다. 이번 공개매수는 주당 가치를 끌어올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세아홀딩스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관리형 지주사로 자체적인 자금 창출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도 기준 세아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2025년 말 5억원, 2026년 1분기 말 기준으로는 134만원에 불과해 단독으로는 3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 대금을 감당하기 힘든 구조였다. 이 지점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게 바로 비상장 자회사 ‘아이언그레이(옛 세아알앤아이)’다.
◇지주사에 400억 통큰 '중간배당' 효자 등극 아이언그레이는 최근 세아홀딩스에 4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중간배당하면서 지주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냈다. 과거 세아알앤아이 시절이던 2018년 21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이후 한 차례도 배당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대규모 배당이다. 이는 세아홀딩스 계열사들의 배당금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일례로 2025년 한 해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지주로부터 221억원, 세아특수강 59억원, 세아엘앤에스에서 20억원 배당금을 수취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세아홀딩스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다.
아이언그레이는 국내외 벤처펀드 및 사모펀드(PEF) 간접투자 등을 주력으로 하는 투자 계열사다. 지난 2012년 강남도시가스 매각 과정에서 부동산 임대·투자 부문이 인적분할해 출범했다.이후 2013년 세아에셋인베스트와 광산업 중심의 세아알앤아이를 흡수합병했고 2020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현재 포레스트아이지합자조합, IG Real Asset 등에 출자하며 그룹의 투자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언그레이는 모회사의 전폭적인 자금 수혈에 의존해 왔다. 세아홀딩스는 2019년 800억원, 2020년 650억원, 2022년 2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한때 그룹 내 ‘돈 먹는 하마’라는 시선이 존재했던 배경이다.
그러다 수년간 축적된 투자 체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이언그레이 영업수익은 2020년 165억원에서 2024년 756억원, 2025년 525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 87억원에서 2024년 318억원, 2025년 233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성과에 따라 매년 수익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우려를 완벽히 씻어냈다는 평가다.
추가 배당 역량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2110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아홀딩스에 자금을 올려보낼 체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사업적으로는 투자 자산의 현금화가 맞물리면서 세아홀딩스의 밸류업 로드맵을 뒷받침하는 백기사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