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차바이오텍 신임 CFO로 선임된 김주황 부사장은 20여 년 전부터 차바이오그룹에 몸을 담은 '차그룹맨'이다. 2015년 차바이오텍에서 계열사 관리 업무를 맡는가 하면 2024년 차백신연구소, 지난해 CMG제약 CFO를 맡으며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를 뜯어보는 훈련을 거쳤다.
올해는 그렇게 축적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차바이오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금 1400억원을 상환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차헬스케어 2대주주인 대신증권 컨소시엄 및 소액 주주들의 풋옵션 행사 기일이 다가오면서 800억원 규모 자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에 투자하기 위한 펀딩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자화사들의 유동성 확충 필요성이 커지면서 차바이오텍의 신규 재무적투자자(FI)가 등장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차바이오텍과 핵심 자회사들의 유동성 확충, 실적 개선에 어떻게 기여하느냐가 김주황 CFO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헬스케어 2대주주인 대신증권 컨소시엄과 소액 주주들은 오는 8월 풋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대신증권 컨소시엄은 2023년 8월 680억원을 투입해 차헬스케어 지분 14.07%를 사들였다. 재원은 프로젝트펀드 ‘대신-Y2HC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결성해 마련했다. 해당 조합에는 넥스턴바이오, 미래산업, 이브이첨단소재 등 복수 전략적투자자(SI)와 기관투자자(LP)가 참여했다.
해당 딜은 차헬스케어가 기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환우선주(CPS) 투자금 770억원을 상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주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대신증권 컨소시엄의 투자로 채워지지 않은 90억원은 IMM KIS Advance 제2호 벤처펀드, 케이디유온신성장1호투자조합, 한화투자증권 등 복수 운용사와 증권사, 벤처캐피탈(VC) 등이 소규모로 나눠 가져갔다. 대신증권 컨소시엄과 소액주주들 모두 상장을 기대하고 프리IPO 투자에 나선 것인데 중복상장 규제로 차헬스케어의 IPO가 요원해지면서 3년 만에 엑시트에 나서는 모양새다.
투자 계약서에 차헬스케어가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시 IRR 4%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담긴 만큼 대신증권의 투자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은 원금과 이율을 포함해 700억원대 초반이다. 다른 FI들 지분까지 포함하면 차헬스케어가 조달해야 할 자금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차바이오텍이 피움인베스트먼트에 차헬스케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확보한 2000억원은 이미 모두 소진했다. 피움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펀드 출자에 600억원을 썼고, 스틱인베스트먼트 차환에 1400억원을 사용했다.
차바이오텍이 올 초 유상증자와 장기차입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3477억원까지 늘렸지만 이는 한화금융그룹과의 합작법인(JV) 설립 등 협업 및 차헬스케어 해외 사업에 투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파악된다. 추가 외부 펀딩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바이오텍의 FI 파트너 명단에 피움인베 외 새로운 제3자가 등장할지 이목이 쏠린다.
차헬스케어 IPO 기대감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모습은 차헬스케어 IPO 계획이 무산됐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차바이오텍은 중복상장 규제에 대응해 차헬스케어 직상장을 포기하고 상장을 하지 않거나 이미 증시에 입성한 차AI헬스케어와 합병하는 형태로 우회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피움인베 역시 풋옵션 행사로 상환받거나 차AI헬스케어 우회상장을 통해 회수하는 형태로 엑시트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바이오텍은 차헬스케어의 상장 유무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FI들의 투자금 상환 유무에 대해서는 "FI들 측에 직접 확인할 예정"이라며 "상환 자금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차바이오텍이 마련해야 할 자금은 차헬스케어 주주들의 투자금 상환분만이 아니다. 미국 에서 CDMO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마티카홀딩스(미국 지주사)·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마티카홀딩스의 사업회사)에도 자금 공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 초부터 복수 FI들을 접촉해 왔다. 목표 조달 규모는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이다.
다만 두 미국 자회사는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단계로 지난해 기준 순손실이 각각 17억원, 317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펀딩이 쉽지 않아 투자를 추진하는 FI들이 거듭 바뀌고 있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