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반도체 시장이 역사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HBM 투자가 확대되면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고객사 투자 지연과 재고조정, 중국향 매출 둔화 등 복합적인 영향에 기업별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더벨은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미래를 점검해봤다.
네패스가 패널레벨패키징(PLP) 사업의 매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사업을 담당해 온 자회사 네패스라웨가 자본잠식에 빠지고 관련 손익이 중단영업으로 분류되면서 사업 철수나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네패스는 전공정 미세화와 이종 칩 집적 확대로 패키지 면적이 커지는 만큼 300mm 웨이퍼의 한계를 보완할 패널 기반 후공정 기술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성장 동력은 AI 서버용 전력관리반도체(PMIC)에서 확보하고 있다. 수년 전 8인치 기반으로 개발한 글로벌 AI 서버용 PMIC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네패스 본사의 패키징과 네패스아크의 테스트를 연계한 턴키 구조도 강화한다.
◇PLP 매각 검토 안 해…패널 기반 수요 지속 판단
네패스라웨는 네패스그룹에서 PLP 사업을 담당해 온 계열사다. 사업 부진으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관련 손익이 중단영업으로 분류됐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 문제까지 정리되면서 PLP 사업과 법인의 향후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였다.
올해 1분기 말에도 네패스라웨와 종속기업은 매출 없이 순손실을 냈지만 법인은 연결 종속기업으로 남아 있다. 다만 네패스 관계자는 "현재 PLP 사업의 매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네패스는 대면적 패키징 수요를 고려할 때 해당 기술의 필요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이 점차 섬세하게 발전하고 서로 다른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패널 기반 후공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네패스 관계자는 "전공정 미세화와 더불어 2.5D 패키징처럼 이종 칩을 집적화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후공정의 칩 크기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300mm 웨이퍼가 갖는 면적 한계를 PLP로 해결하려는 고객 니즈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패스라웨가 기존 양산 과정에서 쌓은 수율과 고객 승인 경험도 PLP 사업의 기술적 기반으로 제시했다. 통상 후공정 전문기업이 고객 승인을 받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과 양산 안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네패스 관계자는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가 고객 승인을 받으려면 통상 수율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네패스라웨는 글로벌 모바일 칩 설계회사를 대상으로 수년간 안정적으로 양산해 온 실적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PLP 사업이 포함된 중단영업의 손실 부담은 낮아지고 있다. 네패스의 1분기 중단영업손실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64억원보다 감소했다.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매출원가 14억원과 판매관리비 42억원 등이 반영됐다.
중단영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현금 유출보다 기존 설비의 회계상 비용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네패스 관계자는 "중단손익은 대체로 감가상각비에 따른 비용으로, 실제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다"며 "관련 비용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래픽=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AI 서버용 PMIC 매출 성장…12인치 시설 고객 승인
신규 제품 가운데 가장 먼저 성장세가 눈에 띈 부문은 AI 서버용 PMIC다. PMIC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시스템 내부의 반도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제어한다. AI 서버의 연산 성능과 소비전력이 함께 높아지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네패스 관계자는 "수년 전 8인치 기반으로 개발된 글로벌 AI 서버용 PMIC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생산 기반도 높은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네패스 반도체 부문의 총부문수익은 1137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30억원이었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평균 가동률은 84.2%였으며, WLP 평균판매가격은 장당 17만1733원으로 2025년 연간 평균인 15만7636원보다 높아졌다.
8인치 제품의 성장에 이어 12인치 기반의 제품군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12인치 CPB와 재배선층(RDL)을 기반으로 AI GPU용 PMIC와 메모리 컨트롤러, 실리콘 캐패시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객 승인도 한 단계 진전됐다. 네패스 관계자는 "올해는 12인치 인프라 가운데 신규 확장된 시설에 대해 고객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네패스는 12인치 인프라와 첨단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적용 산업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네패스 관계자는 "네패스가 보유한 첨단패키징 턴키 기술인 범핑·테스트·다이싱은 빠르게 재편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반도체와 자율주행, HPC 등 산업 전반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반도체 사업은 패키징과 테스트 중심의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시장에서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범핑부터 테스트까지 일괄 대응…12인치 투자 지속
패키징과 테스트를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구조도 네패스가 내세우는 성장 기반이다. 네패스 본사가 범핑과 패키징을 담당하고, 계열사 네패스아크가 테스트를 수행해 범핑·테스트·다이싱으로 이어지는 후공정을 일괄 제공할 수 있다. 1분기 제품별 매출은 네패스의 WLP 범핑 등이 824억원, 네패스아크의 테스트가 299억원이었다.
네패스 관계자는 "설계와 전공정, 범핑·테스트·다이싱으로 나뉘는 반도체 생태계에서 고객은 패키징과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하기보다 턴키 방식을 통한 일괄 수주와 단일화된 관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이야기했다.
턴키 수주가 이뤄지면 물량 예측이 빨라지고 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네패스 관계자의 전언이다. 패키징 단계에서 확보한 물량을 테스트 공정에서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생산 계획을 세우기 쉬워지고 고객사 역시 공정별 협력사를 별도로 관리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네패슨는 올해 연결 기준 1200억~1300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네패스 관계자는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시장 수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12인치 기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승인받은 12인치 시설이 양산으로 전환되는 속도와 AI·HPC용 고부가 제품의 매출 기여도가 성장 경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