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을 옥죄던 소재식품 담합 리스크가 7월 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분당 제재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설탕·밀가루·전분당으로 이어진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지난 3월 취임한 김대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앞에 놓인 과제가 한층 뚜렷해졌다.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이후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일이다.
김 CFO는 지난 3월 신설된 CFO 조직의 수장으로 부임했다. 재경실과 M&A실을 아우르는 조직을 총괄하며 법인과 식품부문 재무를 함께 맡는다. 기존 법인 CFO였던 천기성 재경실장은 그를 보좌한다. 사료 사업을 담당하는 CJ피드앤케어 대표를 지내며 F&C부문 매각을 이끈 그가 이번엔 본체의 체질 개선을 재무로 뒷받침하는 자리에 앉았다.
◇6.6조 순차입금, 감축 숙제 가장 앞에 놓인 과제는 차입금이다. CJ제일제당이 1분기 IR 자료에서 밝힌 순차입금은 CJ대한통운을 제외하고 6조6352억원이다. 2025년 말보다 5.6% 늘었다. 차입금 감축을 우선 목표로 내걸었지만 오히려 규모가 불어났다.
CJ제일제당이 선택한 해법은 자산 유동화다. 벌어들이는 현금과 비핵심 자산을 판 돈으로 차입금을 갚고 남는 재원을 성장 사업에 재투자한다. 자본적지출은 1조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묶어 대규모 신규 증설을 자제하고, 운전자본을 줄여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인천·논산 지역의 생산 부동산 등 2300억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사업장 유동화' 방침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김 CFO의 경력과 맞닿아 있다. 그는 변동성이 큰 사료 사업의 수익성을 관리하고 F&C부문 매각을 마무리했다. 정리할 사업과 남길 사업을 가르고 판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작업을 직접 해본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산 유동화 국면의 적임자로 꼽힌다.
차입금 감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합 과징금은 현금흐름의 변수로 남아 있다. CJ제일제당은 설탕·밀가루·전분당 3대 소재식품 담합으로 잇따라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설탕 1383억원, 밀가루 1317억원, 전분당 1030억원으로 과징금 총액은 3730억원이다.
다만 손익에 미칠 충격은 미리 흡수해뒀다. 지난해 4분기에 예상 과징금을 영업외비용으로 선반영했다. 2025년 말 연결 재무제표에는 공정위 조사 관련 충당부채가 포함된 유동 기타충당부채 3349억원이 계상돼 있다. 확정된 과징금 총액과의 차이가 크지 않아 담합이 올해 손익에 미치는 추가 충격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분할 납부로 현금 유출 시점도 분산했다.
7월 전분당 제재로 마지막 불확실성까지 해소되면서 김 CFO는 차입금 감축과 투자 재배치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넘겨받았다.
◇F&C 덜어낸 자리, 투자 우선순위 재편 차입금 감축과 함께 김 CFO가 풀어야 할 과제는 남은 사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F&C부문 법인 14개사를 매각하며 사업 축을 식품·바이오·물류로 재편했다. 성장성·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은 정리하고, 사업부문도 라이프스타일 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등으로 다시 묶었다. 비핵심을 덜어낸 자리에서 어디에 자원을 더 싣고 어디를 줄일지가 관건이다.
부문별 명암은 뚜렷하다. 잘 나가는 해외식품은 계속 밀어야 하고, 무너진 바이오는 되살려야 한다. 바이오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4% 급감했다. 중국발 공급 경쟁으로 라이신·트립토판 판가가 무너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부터 메치오닌 판가 상승과 라이신 물량 회복 등으로 바이오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복 조짐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가 하반기의 최대 변수다.
CJ제일제당이 부문별로 CFO를 두고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총괄하는 것도 김 CFO의 몫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바이오·식품·한국식품에 각각 CFO를 배치했다. 대표 직속 미래혁신사무국을 통해 사업 구조와 투자 효율을 함께 들여다보는 체계도 갖췄다. 여러 사업을 두루 거친 김 CFO가 개별 부문의 숫자를 넘어 투자 우선순위를 가르는 역할을 맡았다.
김 CFO는 1999년 CJ에 입사했다. 해외프로젝트팀에서 캄보디아 개발과 소재 기획·경영지원, 중국 기획개발·경영지원 등을 거치며 해외와 소재 사업 경험을 쌓았다. 생물자원 글로벌 지원 담당과 CJ피드앤케어 경영지원실장(CFO), FNT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뒤 2024년 CJ피드앤케어 대표에 올라 F&C부문 매각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