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백신 관계기업 큐레보를 일라이릴리에 매각하고 받은 돈 절반을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생산시설에 투입한다. 현금성자산이 100억원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비임상 단계인 ‘GC5136B’의 전용라인을 충북 오창공장에 구축하는 게 골자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의 뒤를 이을 제품군을 준비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재무부담에도 신성장 동력 모색, 2030년까지 오창공장 신규라인 투자 GC녹십자는 최근 오창공장에 차세대 면역글로불린 제품 확장을 위한 신규 생산라인 투자로 1400억원 집행을 결정했다. 투자기간은 2030년 12월31일까지다.
이는 자기자본 1조4000억원의 10%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특히 GC녹십자가 보유한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97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전격적인 베팅이다.
특히 GC녹십자의 차입금 부담도 적잖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1분기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6908억원이다. 1분기 이자비용만 86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9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투자 재원은 5월 공개된 백신 관계사 큐레보 지분을 일라이릴리에 매각한 선급금이다. GC녹십자는 미국 대상포진 백신 개발사 큐레보 보유 주식 전량인 20.3%를 일라이릴리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GC녹십자가 수령할 선급금은 총 3087억원이다. 이 가운데 2868억원이 최근 먼저 유입됐다.
SCIG 시설투자액 1400억원은 기수령한 선급금의 48% 수준이다. 현금 곳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큐레보 지분 매각 대금이 SCIG 투자 재원으로 활용된 셈이다.
◇알리글로 다음 성장축…신공정으로 미국 ‘점프업’ 이처럼 재무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하는 대규모 베팅은 알리글로의 확장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통해 구축한 미국 면역글로불린 사업을 피하주사형으로 확장하는 후속 자산으로 'GC5136B'를 개발하고 있다. 오창공장에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생산시설을 구축하는게 핵심이다.
알리글로는 병원에서 정맥으로 투여하는 10% 면역글로불린이다. GC5136B는 자가투여 편의성을 높인 20% 피하주사형 제품이다.
단순히 투여경로만 바꾸는 방식은 아니다. GC녹십자는 별도의 혈장분획 공정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소규모 공정개발 결과를 기준으로 알리글로보다 수율은 1.6배, 연간 최대 혈장 처리량은 3.5배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맥주사형과 피하주사형 제품을 함께 공급해 미국 시장 내 환자군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다만 이는 별도의 규제당국 허가가 필요한 만큼 실제 상업생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기존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을 피하주사형으로 개발한 글로벌 사례가 많아 개발 프로세스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설 자체가 허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생산라인 설계를 확정하고 2027년 착공할 계획이다. 2028년 설비 도입과 밸리데이션을 거쳐 2029년 공장 준공을 목표로 한다. 임상 개발도 같은 시기 본격화한다. 2027년 미국 임상 3상 시험계획 신청을 추진한다. 기존 로드맵상 2030년 임상을 완료하고 2031년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장 건설비와 임상비가 2027년부터 겹치는 구조다. 1400억원은 여러 해에 걸쳐 분산 집행되지만 임상 3상과 허가 대응에 필요한 구체적인 비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원료혈장과 출시 초기 재고를 확보할 운전자금도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연도별 투자액을 세부적으로 나눈 계획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FDA와 협의를 거쳐 허가 요건을 구체화해야 하는 단계지만 투자비가 한 해에 모두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해에 걸쳐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