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000억원을 수혈받은 데 이어 올해도 545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합작법인인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없지만 자금은 결국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재편 비용이 모회사 재무 부담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세 번째 유상증자…1년 새 1조원 넘는 자본수혈 여천NCC가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자금은 전액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양사가 각각 2725억원씩 출자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역대 세번째다. 여천NCC는 지난해 3월 2000억원, 같은 해 11월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증자까지 마무리되면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총 1조450억원의 신규 자본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업재편 과정에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보유 중인 폴리에틸렌(PE)과 접착·도료용 수지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현물출자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배관 구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 등에 총 2532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 금액은 차입금 상환과 별개로 사업재편 이행을 위한 추가 투자금 성격이다.
겉으로는 합작사 내부 자본확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모회사들이 반복적으로 현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특히 상장사인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업황 부진 속에서도 추가 자금 지원이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차입금 1조5000억 육박…재편 첫 단계는 '빚 줄이기' 여천NCC는 이미 상당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조5353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만 8709억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34억원에 그쳐 순차입금은 약 1조4819억원 수준이다.
순차입금 규모는 2024년 1분기 약 2조79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4819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는 큰 수준이다. 지난해 두 차례의 유상증자가 진행됐지만 차입 부담은 여전히 큰 수준이다. 추가 유상증자 역시 이 때문에 계획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5450억원이 계획대로 차입금 상환에 투입되면 단기 유동성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업재편은 단순한 재무개선이 아니라 설비 통합과 생산능력 감축,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에도 추가 투자 부담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승인한 재편안에 따르면 여천NCC는 2·3공장을 폐쇄하고 롯데케미칼 여수 NCC 사업과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생산능력을 약 40%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대 7000억원 이상의 금융·세제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신규 자금 지원과 상환유예 등을 통해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다만 사업재편의 핵심 재원은 결국 대주주들이 부담하는 자본확충이다. 정부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천NCC의 영업이익이 202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고 부채비율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 전까지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구조조정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