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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신용 리스크 진단

부실 여파 장기화, 신용도 하방 압력

①위험가중자산 감소세 멈추고 반등…PF 넘어 중도금까지 부실 관리 범위 확대

유정화 기자  2026-08-11 08:04:07

편집자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부실 여신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리스크 관리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저축은행들은 여신 축소와 부실자산 정리, 충당금 적립을 통해 위험노출을 낮춰왔지만 대손비용 부담은 여전히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주요 저축은행의 신용 리스크 현황을 진단하고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 부실자산 정리 등 관리 전략을 점검한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후 여신을 줄이며 신용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부실자산 매각과 상각, 충당금 적립을 이어왔지만 건전성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신용등급 하락이 자금조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저축은행은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예·적금에 의존하고 있다. 평판 훼손에 따른 수신 감소가 우려되지만 회사채 발행이 많은 금융사와는 신용등급의 의미가 다소 다르다. 신용등급 하락 배경에 있는 부실여신과 대손비용, 자본완충력 저하가 신용 리스크 관리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여신 20조 줄였지만 위험 부담은 더디게 완화

저축은행 업권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부실이 본격화된 이후 대출자산을 빠르게 줄여왔다.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은 2022년 말 115조627억원에서 2026년 1분기 말 95조883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3년여 만에 19조9744억원, 17.4%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위험가중자산도 감소했지만 축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위험가중자산은 2022년 말 117조9078억원에서 2026년 1분기 말 102조4506억원으로 15조4572억원, 13.1% 감소했다. 총여신이 더 빠르게 줄면서 총여신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은 102.5%에서 107.7%로 5.2%포인트 높아졌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자산의 규모뿐 아니라 차주의 신용도와 자산별 위험 수준을 반영해 산출된다. 총여신과 산출 범위가 달라 두 지표의 비율 자체를 직접적인 건전성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대출 외형을 큰 폭으로 줄였음에도 위험가중자산의 감소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위험가중자산 자체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2025년 말 100조9303억원까지 감소했던 위험가중자산은 2026년 1분기 102조4506억원으로 한 분기 만에 1조5203억원 증가했다. 부실자산 정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여신을 확대하려는 저축은행이 늘면서 자산 확대와 신용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 중요해진 셈이다.

관리 대상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부동산 PF 사업장 재평가와 부실채권 정리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중도금대출 등 부동산 관련 여신 전반으로 신용 리스크 부담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PF뿐 아니라 분양시장과 연계된 여신에서도 부실 가능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도금대출은 개별 차주에게 실행되는 대출이지만 분양률과 입주 진행 상황, 시공사와 시행사의 사업 여건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와 밀접하게 맞물린다. 사업 진행이 지연되거나 분양 여건이 악화될 경우 상환과 대환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문제는 부실 범위가 넓어질수록 정리 비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과 매각·상각은 건전성 개선에 필요하지만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져 이익을 떨어뜨린다. 수익성 회복이 늦어지면 이익잉여금을 통한 자본 축적도 지연돼 자본완충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

◇등급 하락 영향 제한적, 재무체력 악화가 핵심

부실 부담이 장기화하면서 신용평가사들도 저축은행의 신용도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의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하락 또는 등급전망이 조정된 금융사는 10곳으로 집계됐다. 신용도 하락은 저축은행과 부동산 신탁사에 집중됐다.

저축은행 가운데 KB저축은행과 IBK저축은행, NH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기존 A등급에서 A-등급으로 각각 한 단계 낮아졌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화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향후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실제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부동산 관련 자산의 건전성과 대손비용 부담이다.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매각·상각이 이어질 경우 이익창출력과 자본완충력에도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다만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하락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탈사처럼 회사채와 금융채를 주요 조달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예·적금 수신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제도가 상향된 점도 예금의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평판 저하에 따른 수신 감소 가능성은 숙제다.

신용등급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퇴직연금이다. 감독 규정상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저축은행의 예·적금만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입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저축은행의 주요 수신 채널 가운데 하나인 만큼 BBB- 등급이 사실상 조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신용등급 하락 자체보다 등급 조정을 불러온 재무지표의 변화가 더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부실여신이 늘어나면 추가 충당금 적립과 대손상각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이익창출력이 떨어지면 이익잉여금을 통한 내부 자본 축적도 늦어져 신용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자본완충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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