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HD현대일렉트릭이 대규모 배당과 생산설비 투자를 집행하고도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4803억원을 벌어들인 가운데 배당금 2339억원을 지급하고 유형자산 취득에 1399억원을 투입했다. 차입금도 반년 만에 716억원 줄면서 순현금 규모는 9000억원 안팎으로 확대됐다.
수주 확대 과정에서 유입된 선수금이 유동성을 뒷받침했다. 올해 6월 말 유동 계약부채는 1조872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91억원 증가했다. 다만 생산 확대에 따라 재고자산과 계약자산도 빠르게 늘었다. 향후 유동성은 쌓인 수주잔고를 차질 없이 납품하고 대금을 회수해 운전자본을 정상화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배당·CAPEX 확대에도 현금 1조 유지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 6월 말 연결기준 9881억원으로 지난해 말 9508억원보다 373억원 증가했다. 단기·장기 금융자산을 포함한 예금성 자산은 1조원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은 1861억원에서 1145억원으로 감소했다. 예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차감한 순현금은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금 증가 폭만 보면 크지 않지만 상반기 자금 집행 규모를 고려하면 현금창출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상반기 주주에게 2339억원을 배당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에도 각각 1399억원, 92억원을 사용했다. 법인세로 1771억원을 납부하고 차입금도 순액 기준 731억원가량 상환했다.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감당한 것은 영업현금이었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4570억원보다 5.1% 증가했다. 영업현금에서 유형·무형자산 취득액을 제외한 단순 잉여현금흐름은 3312억원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액을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도 배당과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여력을 확보한 것이다.
실적 개선도 재무 여력을 키웠다. 상반기 매출은 2조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6% 늘어난 54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2%에서 25%로 상승했다. 고수익 수주 물량이 매출로 전환되면서 외형보다 이익이 빠르게 증가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선수금 1.9조가 증설 뒷받침…운전자본 부담은 확대
수주산업 특유의 선수금 구조도 현금흐름에 힘을 보탰다. HD현대일렉트릭의 유동 계약부채는 지난해 말 1조4631억원에서 올 6월 말 1조8722억원으로 28.0% 증가했다. 계약부채 증가가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에 미친 플러스 효과는 2870억원이다. 고객에게 미리 받은 대금이 생산과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충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6월 말 수주잔고는 12조3105억원으로 상반기 매출의 5.7배에 달한다. 쌓인 수주 물량을 예정대로 납품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충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설비투자 규모는 7682억원이다. 이 가운데 3057억원이 집행됐다. 앞으로 투입할 금액은 4625억원이다.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제2공장에 3151억원, 울산 변압기공장 증설에 1448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잔여 투자액은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현금 보유액과 영업현금 창출력을 고려하면 추가 차입 없이도 예정된 투자를 소화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사업장 가동률이 95.1%에 달하는 만큼 증설은 수주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수주 확대는 운전자본 부담을 동반하고 있다.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조2665억원에서 1조5387억원으로 21.5% 증가했다. 작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고객에게 청구하지 못한 금액 등이 반영되는 계약자산도 3169억원에서 5474억원으로 72.7% 늘었다. 상반기 재고와 계약자산 증가로 각각 2055억원, 2126억원의 현금이 묶였다.
매출채권 회수와 계약부채 증가가 이를 상쇄했지만 영업현금 증가율은 순이익 증가율 40.1%에 미치지 못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쌓아둔 수주잔고를 예정대로 납품하고 계약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유동성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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