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속도를 내서 부실 여신을 처분하지 않고 다른 방식을 택했다. 매각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 부실채권을 서둘러 팔기보다 시장이 살아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회수 가치를 지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당장 숫자로만 보면 무수익여신은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일부 거액 익스포저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추정손실도 불어났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우선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며 방어선을 두텁게 쌓고 있다. 또 부실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심사 체계 정비와 취약 차주 관리도 병행 중이다.
◇부실 잔액 늘었지만 신규 연체는 많지 않아 신한은행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무수익여신은 1조1723억원으로 지난해 말 9384억원 대비 24.9% 늘었다. 총여신 대비 비율도 0.25%에서 0.30%로 올랐다. 2024년 말 6401억원에서 2년 연속 증가하는 흐름이다. 고정이하여신(NPL)도 1조2293억원으로 반년 새 16.3% 늘었고 NPL비율은 0.28%에서 0.31%로 상승했다.
눈에 띄는 건 추정손실이다. 건전성 분류 최하단인 추정손실 여신은 6월 말 3421억원으로 1년 전 2312억원 대비 48% 늘었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말 2268억원, 1분기 2716억원, 2분기 3421억원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다만 기조적 악화보다는 개별 건의 영향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추정손실이 매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라며 "2분기 말 추정손실 증가는 일부 거액 익스포저의 부실 발생 영향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은행의 설명대로 연체율 흐름은 완만하다. 6월 말 총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분기 0.3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SOHO) 연체율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0.49%로 지난해 말 대비 0.07%포인트(p), SOHO가 0.47%로 0.03%p 상승했다.
연체율과 부실 잔액 지표의 온도차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기업회생 등으로 연체 없이 곧바로 고정이하나 이자 미계상으로 분류되는 거액 여신이 부실 잔액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한은행이 상·매각을 신중히 진행하면서 기존에 쌓였던 잔액도 지표에 남았다. 신규 부실 유입이 급증한 게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면서 생긴 결과에 가깝다는 얘기다.
◇시장 회복 기다리며 여신 관리 체계 정비 신한은행의 상반기 부실채권 상각·매각 규모는 6224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1조279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다. 부실이 늘어나는 국면에서 정리 물량을 줄인 건 의도된 선택이다. NPL 매각 시장 가격이 저조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팔면 손실만 커진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장의 가치평가는 저조할 수 있으나 매각을 위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무리한 저가 매각보다는 내년 이후를 기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계속해서 충당금을 쌓고 있다. 대손충당금전입액은 지난해 5960억원으로 전년 3194억원 대비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389억원을 적립했다. 그 결과 6월 말 NPL 커버리지비율은 153.39%로 안정적인 수준을 상회했다. 통상 권고되는 NPL 커버리지 비율은 120%다. 지난해 말 173.10%보다 내려왔지만 1년 전 152.2%와는 비슷한 수준을 지키면서 건전성을 유지 중이다.
여신 관리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내수부진 장기화,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부실발생 증가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건전성에 대한 지속관리가 필요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담 심사팀 신설과 산업분석 역량 고도화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건전성 관리 중심의 여신심사 운용방침과 체계적인 사후관리로 안정적인 여신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경보 기반의 상시 모니터링과 취약 차주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지속하겠다"라며 "또 채무조정과 금융지원을 병행해 은행과 고객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