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앤디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일반공모를 제외한 배경을 두고 최대주주 한앤코와 주관사 NH투자증권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앤코는 NH증권의 실권주 총액인수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반면, NH증권은 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100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전일 확정된 1차 발행가액은 주당 2260원으로 예상 모집금액이 기존 1367억원에서 1009억원으로 약 360억원 줄어들었다. 회사는 보통주 4468만1000주를 새로 발행하며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 1861만7382주의 약 240%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다.
통상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청약 이후 발생한 실권주를 일반투자자에게 다시 공모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공모에서도 소화되지 않은 물량은 주관사의 인수를 통해 발행사가 당초 계획한 조달 규모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이다.
SK디앤디는 이와 달리 주주배정 이후 발생하는 실권주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지 않는다. 기존 주주가 배정받은 신주를 청약하지 않을 경우 해당 물량은 그대로 미발행 처리된다. 실권 규모가 커질수록 조달 금액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SK디앤디 입장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다. 회사가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 자체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있는 만큼, 실권주 일반공모까지 열어 가능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SK디앤디가 실권주 일반공모를 제외한 배경을 두고 최대주주인 한앤코와 주관사인 NH증권의 설명에는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다.
한앤코 측에서는 내부적으로 SK디앤디의 신용등급이 'BBB-, 부정적'으로 리스크가 큰 만큼 NH증권이 실권주 총액인수를 부담스럽게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NH증권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총액인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실권주 일반공모 없이 주주배정 방식으로만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NH증권은 실권주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실권 규모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며 한앤코 측과 협의한 결과 주주배정 방식만 활용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구조를 두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H증권은 과거 한앤컴퍼니가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루트로닉, 쌍용C&E의 공개매수 파트너로도 활약한 바 있다. 양측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실권주를 제외한 구조가 양사에게 모두 유리한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증권은 인수 의무가 없는 구조인 만큼 부담을 덜게 됐고 한앤코의 지분율 확대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앤코는 한앤코개발홀딩스를 통해 SK디앤디 지분 78.6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받는 신주를 전량 청약할 예정이다. 반면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권주는 모두 미발행 처리돼 주주들의 청약률이 낮을수록 한앤코의 지분율은 상승 폭이 커지는 구조다.
물론 기존 주주 입장에서도 실권주를 미발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지분 희석 폭을 줄이는 데는 유리하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의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의 약 24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권주 미발행에 따른 희석 완화가 기존 주주들에게 얼마나 의미를 갖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는 실권주 일반공모 여부와 관계없이 상당한 수준의 지분 희석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앤코가 실권주 일반공모 제외 배경으로 NH증권의 총액인수 부담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실제 유증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디앤디 유상증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권주 규모는 NH증권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인수하는 것 역시 증권사가 유상증자를 주관하면서 통상 맡는 역할인 만큼 단순히 인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반공모를 제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