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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사 숨은 비용 톺아보기

하이브, 돌아가는 상각 시계

②멀티 레이블이 낳은 2조 무형자산…선급금 1335억 사상 최대

서지민 기자  2026-10-16 09:54:00

편집자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아티스트에 들어간 돈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전속계약금과 제작 선지급금은 지출 시점에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영업이익 흑자 이면에는 언제든 거액의 영업외비용으로 청구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시한폭탄처럼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더벨은 주요 엔터사의 재무상태표와 주석 등을 통해 손익계산서에 닿지 않은 숨겨진 비용과 재무 리스크를 진단한다.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다양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동시다발적으로 가동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는 하이브의 핵심 전략이다. 하지만 재무적으로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각 레이블이 앞다퉈 신규 프로젝트를 쏟아낼수록 계약금과 선급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는 결국 모회사인 하이브에 리스크로 쌓인다.

실제 올해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외형이 1년 만에 두 배나 가까이 커진 사이 당장의 영업활동에 잡히지 않는 뒷단에 돈이 쌓였다. 무형자산은 2조1177억원으로 총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선급금은 1335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산 3분의 1이 무형자산…손상차손 압박 확대

하이브의 6월 말 연결기준 무형자산은 2조1177억원이다. 자산총계 6조887억원의 34.8%, 자본총계 3조7245억원의 56.9%에 해당한다. 공장이나 설비 대신 아티스트 계약과 인수 기업의 영업권이 자산의 주축을 이루는 구조다.

하이브는 반기보고서에서는 무형자산의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무형자산 1조9867억원에서 영업권이 1조679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속계약금이 포함된 기타의무형자산이 2853억원이었다.


무형자산이 6개월 만에 1310억원 늘었다. 내역을 뜯어보면 사업 활동에 따른 증가분은 크지 않고 기타 항목이 1069억원을 차지한다. 하이브는 이 항목의 내역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해외사업장 환산차이 등이 반영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같은 기간 1065억원 늘어난 것을 볼 때 환율 변동에 따른 장부금액 변화로 추정된다.

실제 무형자산 취득액은 8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에 달했다. 그러나 440억원의 상각비와 172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자산 순증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영업권에 대한 손상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 상각과 손상으로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기타의무형자산, 즉 전속계약금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기타의무형자산은 하이브의 무형자산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상각 및 손상되는 자산이다. 지난해만 살펴봐도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1006억원을 인식한 사이 기타의무형자산은 상각비로 818억원, 손상차손으로 631억원이 줄어들며 비용화됐다.

◇빅히트뮤직에서 확인된 상각비 부담

무형자산은 장부에 계상된 후 계약 기간에 걸쳐 꾸준히 상각된다. 만약 소속 아티스트가 활동을 중단하거나 예상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장부에 남은 미상각 잔액은 깐깐한 회수가능가액 평가를 거쳐 단번에 손상차손으로 인식된다.

그 과정이 수익성을 어떻게 흔드는지는 지난해 빅히트뮤직에서 확인됐다. 빅히트뮤직 감사보고서를 보면 건설중인무형자산 710억원이 지난해 전액 기타의무형자산으로 옮겨갔다. 같은 기간 기타의무형자산 장부금액은 13억원에서 524억원으로 39.6배가 됐다.

빅히트뮤직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핵심 IP로 준비하던 코르티스의 데뷔도 이뤄졌다. 건설중인무형자산에 대기하던 자금이 활동 시작 및 계약 확정에 따라 전속계약금으로 전환된 것으로 읽힌다.

계정 이동에 따라 상각이 시작되면서 비용은 곧바로 늘었다. 빅히트뮤직 무형자산상각비는 2024년 129억원에서 지난해 209억원으로 62.3% 증가했고 전액에 가까운 금액이 매출원가에 계상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08억원에서 4375억원으로 24.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65억원에서 479억원으로 55%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95억원에서 327억원으로 63.4% 감소했다.

상각비 증가분 80억원이 영업이익 감소분 586억원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투어와 공연 원가 증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산으로 묶여 있던 돈이 원가로 전환되며 부담을 더한 것은 분명하다. 장부에 남은 524억원은 앞으로도 계속 내용연수에 따라 상각되며 비용이 된다.

◇선급금 1335억 '사상 최대'…성격도 행선지도 가려졌다

선급금도 눈길을 끈다. 과거 수백억 원 수준이던 하이브의 선급금은 최근 1000억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선급금은 1335억원이며 이 가운데 1018억원이 유동분으로 1년 안에 재화나 용역을 받아 원가로 대체되거나 반환을 청구해야 하는 돈이다.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선급금 잔액은 2022년 715억원, 2023년 626억원, 2024년 823억원, 지난해 1002억원에서 올해 1335억원으로 세 반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86.7% 늘었다.

반대로 움직인 계정도 있다. 선급비용은 지난해 말 421억원에서 6월 말 285억원으로 136억원 줄었다. 2024년과 지난해 상반기에 각각 115억원씩 늘며 규칙적으로 증가하던 계정이 올해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선급금과 선급비용은 모두 미리 지급한 돈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선급비용은 보험료나 임차료처럼 기간에 걸쳐 제공받는 용역의 선납분이라 시간이 지나면 비용으로만 떨어진다. 회수 위험이 따르는 쪽은 선급금이다.

선지급한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흥행에 실패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객관적 증거가 발생하면 이 선급금은 즉시 대손상각비로 털어내야 한다. 1000억원 중 단 10%만 회수 불능 상태에 빠져도 100억원이 곧바로 비용으로 잡히는 구조다.

회수 위험을 가늠할 단서는 닫혀 있다. 하이브는 대손충당금 설정현황 표에 매출채권 한 줄만 기재한다. 선급금에 충당금을 설정했는지 여부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선급금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을 밝히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설명되지 않는 숫자도 있다. 지난해 하이브 연결 현금흐름표상 대손상각비는 294억원으로 전년의 4.8배로 뛰었지만 대손충당금 설정현황 표에 기재된 매출채권 충당금 전입액은 134억원이다. 차액 160억원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는 어느 주석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이브 측은 "당사는 선급금과 관련한 회계처리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선급금 및 무형자산과 관련해서는 공시된 보고서에 기재된 수준 이상으로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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