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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 '가이던스 정확도' 노력 빛봤다

'재정팀→IR팀' 주관부서 변경, 판단배경 추가 설명…2022년 실적 '전망치 상회'

박동우 기자  2023-02-28 16:37: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출범 6년차를 넘긴 현대일렉트릭은 그동안 연간 매출과 수주액이 전망치에 미달하는 현상을 겪었고, 가이던스(guidance)의 불확실성을 극복키 위해 분투했다. 실적 전망 공시 주관 부서를 재정팀에서 IR팀으로 바꾸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의구심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가이던스를 판단한 배경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에 북미와 중동을 위시한 글로벌 시장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예측이 적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면서 IR(Investor Relations)과 영업 양면으로 전개한 노력이 빛을 보게 됐다.

◇연결기준 산정, 4대 사업 예상치 제공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했다.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기기를 양산하는 데 잔뼈가 굵은 회사다. 2018년 1월 이래 해마다 매출과 수주 금액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외국으로 납품하며 거둔 연간 실적이 전체의 50%를 넘는 만큼, 국내외 법인을 함께 반영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망치를 산정했다.


2019년부터 핵심 부문별 가이던스도 선보였다. 매출과 수주액 예상치를 △해외법인 △배전기기 △회전기기 △전력기기 등 4대 사업으로 분류해 기업설명회 자료집에 수록했다. 투자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안내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전년도 실적이나 전망값과 비교할 수 있는 만큼, 현대일렉트릭이 주요 사업의 흐름을 어떻게 내다보는지 판단할 수 있는 단서로도 작용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실적이 전망치에 못미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2018년 예상 매출은 2조4071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집계한 규모는 전망치보다 약 4700억원 적은 1조9404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주액 역시 당초 예측한 금액(20억9600만달러) 대비 18% 줄어든 17억1800만달러에 그쳤다.


실적이 전망치 대비 10~20% 낮게 나오는 현상이 2년 연속으로 이어졌다. 2019년 11월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이철헌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은 대응책을 모색했다. 예상 실적 안내를 전담하는 부서를 바꾸면서 첫 발을 뗐다.

2020년을 기점으로 정보 제공 조직을 재정팀이 아닌 IR팀으로 지정했다. 기존 재정팀이 △유동성 관리 △자금 조달 △외환 위험 모니터링 등의 실무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IR팀이 외부 소통의 전문성을 갖춘 만큼,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적과 가이던스의 괴리 현상을 해명하는 데 적격인 부서라는 판단이 내재됐다.


◇'북미·중동 수요 증가세' 예측, 실제 부합

투자자에게 판단 사유를 알려 가이던스를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도 중지를 모았다. 실적 전망을 도출한 근거를 상세하게 기술한 배경과 맞물렸다. 2021년 2월에 신년 경영 계획을 공개할 당시 처음으로 시작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21년 당시 매출을 예상한 사유로 수익성을 중심에 놓고 선별 수주를 실시한 대목을 거론했다. 수주액 예상치를 설정한 이유로는 시장 회복세를 언급했다. 특히 '보수적 계획'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여, 자사 전망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뜻을 시장에 명확히 드러냈다.

2022년 2월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상세한 설명 노력을 전개했다. 매출 가이던스를 전년 실적(1조8060억원)보다 14.6% 높은 2조700억원으로 발표한 배경을 소상히 알렸다. △연간 매출 계획 대비 72% 물량 확보 △북미·중동 전력기기 수요 증가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 기회 확대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탁월한 실적을 거둘 거라는 현대일렉트릭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분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과 수주액 모두 예상치를 넘겼다. 2022년 연결 매출이 2조104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망치(2조700억원)와 견줘보면 1.7%가량 많은 금액이다. 수주액 역시 당초 내다본 규모인 18억2600만달러보다 62.1% 늘어난 29억6000만달러(3조8962억원)를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건 해외 시장에서 현대일렉트릭 제품이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동 권역의 연간 수주액이 5억1900만달러(6878억원)로, 2017년 이래 가장 많았다. 북미 시장 수주 규모도 10억2200만달러(1조3535억원)로, 5년 만에 최대 수준을 시현했다. 실적이 가이던스에 못미치는 현상을 극복하는 데 전사적 노력을 투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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