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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HD현대그룹

건설장비 통합법인 출범, HD현대사이트솔루션 미래는

③통합 HD건설기계 외 계열사 영향력 미미…그룹도 지배구조 추가 개편 가능성 열어둬

강용규 기자  2025-12-12 15:51:03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D현대그룹의 건설장비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내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2개 자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주요 자회사가 단 한 곳만 남기 때문이다.

당장은 사업부문의 컨트롤타워로서 중간지주사를 유지할 필요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개 건설장비 제조사 이외에도 친환경 엔진 관련 조인트벤처(JV)와 해외 사업법인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규모나 실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배구조 효율화의 관점에서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자회사 단 1곳…컨트롤타워 역할론 '퇴색'

HD현대그룹 건설장비부문의 양대 사업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내년 1월 합병을 통해 HD건설기계로 재탄생한다. 글로벌 건설장비수요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생산체계를 효율화해 업황 회복 수혜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HD현대그룹의 건설장비부문은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HD현대건설기계 지분 37.59%와 HD현대인프라코어 지분 34.8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사 합병이 완료되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통합법인 HD건설기계 지분 35.8%를 보유하게 된다.

HD현대그룹은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뒤 HD현대건설기계와 즉시 통합하지 않고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통해 양사를 관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는 HD현대건설기계와 비교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가 열악했기 때문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1년 말 부채비율이 249.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HD현대건설기계의 130.0%와 119.1%p(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올 3분기 말 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을 127.4%까지 낮춰 HD현대건설기계의 87.0%와 격차가 40.4%p까지 줄어들었다. 이제는 통합을 추진해도 무리가 없을 만한 재무구조가 갖춰진 것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주요 자회사는 HD건설기계 단 한 곳만 남는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중간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당위성이 퇴색한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서는 HD현대그룹이 건설장비부문의 중간지주사체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HD현대그룹은 당장은 사업부문 컨트롤타워로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존속시킨다는 방침이다. 최근 인사를 통해 오너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대표이사로 내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개의 사업계열사를 관리하기 위한 중간지주사체제가 다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룹 지주사 HD현대도 2025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합병 후 그룹 내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의 최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개편의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중간지주사체제, 존속 이유 있지만 크지도 않아

HD현대그룹 건설장비부문의 지배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대 사업계열사의 합병 이후에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건설기계뿐만아니라 중국 사업법인 HD현대유압기계유한공사(상주법인)와 친환경 엔진 및 후처리 기술기업 이큐브솔루션을 거느린다.

주요 아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중간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퇴색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산업차량과 사이트클라우드(건설장비 관제) 등 자체사업을 보유한 사업형 지주사라는 점도 존속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4년 별도기준으로도 매출 1조404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연결기준 매출 7조7731억원의 13.4% 적은 비중이 아니다.

다만 HD건설기계 이외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거느린 2개 법인은 지난해 합산 매출이 1400억원에 불과해 실적 비중이 미미하다.

그룹차원에서는 이들의 관리를 위해 중간지주사체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자체사업을 통합 HD건설기계로 이관하고 중간지주사체제를 폐지해 지배구조를 효율화하는 이점이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클 수도 있다.

HD현대는 앞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상장 계획을 백지화하고 재무적 투자자 KDB인베스트먼트의 보유지분 33.03%를 5441억원에 사들여 HD현대사이트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HD현대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흡수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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