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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HD현대그룹

정기선 회장 체제 환경변화 대응책 '지배구조 개편'

①지주사 배당 자회사 의존도 높아…부문별 효율성 제고에 지분승계 안정성 달려

강용규 기자  2025-12-10 09:49: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D현대그룹은 40년 가까운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오너 경영체제로 회귀했다. 그룹 경영의 정점에 오른 정기선 회장의 앞에는 조선·건설장비·에너지-화학 3대 사업부문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격랑이 밀려오고 있다.

정 회장은 각 사업부문에 걸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들간의 합병은 물론이고 타 기업집단과도 설비를 통합하는 등 효율화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명분 기반 탄탄한 오너 3세 체제

HD현대그룹은 2025년 임원인사를 통해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의 명예회장 추대를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경영인이 그룹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이 인사로 HD현대그룹이 완전히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HD현대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 이사장은 1987년 옛 현대중공업 회장에 올랐으나 정계에 진출하면서 1989년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HD현대그룹은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역임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으나 얼마 안 가 회사를 떠났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컨설팅펌을 경험한 뒤 2013년 다시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에 선박영업부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영업과 재무, 기획, 경영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2021년 사장 승진, 2022년 그룹 지주사 HD현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사실상 이 때부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부회장, 2024년 수석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 10월 임원인사를 통해 회장에 올랐다.

정 회장의 승계 과정은 별다른 잡음이 불거지지 않았다. 정 이사장의 장남으로서 일찌감치 후계 구도가 만들어져 있었을뿐만 아니라 오너 개인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과거 대기업들의 승계에서 주로 활용된 편법도 없었다. 정 이사장의 보유지분 26.6%를 물려받기 위한 자금도 급여와 HD현대 배당(정 회장 보유지분율 6.12%)으로 충당하는 '정공법'이다.

HD현대는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정 이사장과 정 회장, 그리고 정 이사장이 이끄는 아산재단(지분율 3.90%)의 합산 지분율이 36.62%로 3분의 1을 초과한다. 특별관계자가 기업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안건에 대한 방어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HD현대그룹의 지배구조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사업부문별 구조 개편 성과에 달린 원활한 지분 승계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은 최근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이 발생했다. HD현대중공업이 존속법인, HD현대미포가 소멸법인이다. 이어 HD현대중공업은 모회사인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4:6 출자를 통해 싱가포르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투자법인 'HD현대아시아홀딩스'도 설립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한국-미국 관세협정에서 파생된 조선협력계획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국내 야드 운용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하는 한편 베트남과 필리핀, 최근 투자를 결정한 인도 등 해외 야드를 더욱 효울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에너지-화학부문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6:4 합작 화학사인 HD현대케미칼이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롯데케미칼과 통합 운영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초화학제품 에틸렌의 공급과잉을 극복하고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건설장비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의 합병을 통해 내년 1월 ‘HD건설기계’가 출범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및 미국의 배타적 관세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건설경기가 침체하자 제품 라인업을 최적화하고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는 자체사업을 보유하지 않은 순수지주사다. 때문에 수익의 대부분을 자회사의 배당에 의존한다. 지난해 HD현대는 별도기준 매출 4376억원을 거뒀는데 이 중 74.3%에 해당하는 3249억원이 자회사들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이었다. 이 중 2544억원이 HD현대의 배당으로 주주들에 재분배됐다.

HD현대의 배당은 정 회장의 최대주주 지분 승계를 위한 핵심 자금원이다. 정 회장이 추진하는 그룹 사업부문의 구조 개편과 그에 따른 성과 창출은 원활한 지분 승계의 선결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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