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은 2019년 중간지주사체제 도입 이후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고 실질적 무차입의 재무구조도 그 안정성을 더해가고 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발주량이 줄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조선 업사이클의 종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실적·재무 호조 속 꺾이는 수주…다운사이클 불안감 확산 HD한국조선해양은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38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3984억원 대비 164.5% 급증해 2019년 6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8666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4조원 돌파 가능성도 언급된다. 2023년 영업이익 2823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삼호중공업 등 HD한국조선해양의 주요 3개 조선 자회사에서는 과거 낮은 선가에 수주한 일감의 비중이 줄고 2021년 이후 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물량의 건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급격한 이익 증가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실적 호조는 재무 안정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조6315억원으로 2020년 말의 6조4393억원 대비 74.7%가 감소했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5.5%에서 4.3%까지 낮아졌다. 순차입금은 -7조6550억원으로 실질적 무차입경영을 5년째 지속 중이다.
호조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지는 않다. 올 1~10월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사업 수주금액은 130억5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4% 줄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던 2022년 1~10월의 223억1300만달러와 비교하면 41.5% 감소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의 발주량은 지난해 1~10월 664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서 올 1~10월 3789만CGT로 43% 감소했다. HD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고수익 선박 위주의 선별수주전략으로 시장의 위축 대비 수주성과를 잘 방어하고 있으나 다운사이클 진입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계기로 미국의 부족한 신조 및 함정 유지보수(MRO) 역량을 한국 조선사들이 충당하는 새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회사 합병·해외사업 재편…업사이클 지속 '승부수'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을 통해 통합법인 HD현대중공업으로 거듭났다. 이 지배구조 개편은 방산을 포함한 특수선부문의 사업역량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중소형 도크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상선부문에서도 해외 조선소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통합법인 HD현대중공업이 6:4로 출자하는 싱가포르 투자법인 'HD현대아시아홀딩스'가 지난 9월 설립돼 11월 출자까지 마무리됐다. 해외 조선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특수선 일감 증대에 따른 상선 건조여력 감소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필리핀 조선소(HD현대중공업필리핀) 보유지분 100%와 베트남 조선소(HD현대베트남조선) 지분 10%를, 통합법인 HD현대중공업은 기존 HD현대미포가 보유한 HD현대베트남조선 지분 55%와 현금 2524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가칭 HD현대비나)의 지분 100% 인수를 앞두고 있다. HD현대비나 역시 HD현대아시아홀딩스에 출자될 예정이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이 추진 중인 인도와 사우디 등 신규 조선소 설립 투자 역시 HD현대아시아홀딩스로 이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이 합산 9조2865억원에 이를 정도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보유 생산자산의 재배치를 병행해 호조세를 장기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