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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현금 급증에도 보수적 관리 기조

[조선]①선수금 대거 유입에도 투자활동 자제…수주절벽·해외투자 대비

강용규 기자  2025-09-03 08:16:40

편집자주

국내 조선사들이 호황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로 인해 수주와 관련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인한 투자의 변수로 재무전략 수립이 쉽지만은 않다. 안정적 조업을 지속하기 위한 현금의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THE CFO는 조선사들의 현금흐름 현황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현금 운용의 전략을 분석한다.
HD현대중공업은 현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선박 수주 증가에 따른 선수금 확대를 통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현금 보유량을 불리고 있다. 차입금 등 금융부채의 상환 부담 역시 영업에서의 현금 유입을 통해 크게 완화된 상태다.

다만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실질적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보수적 기조는 향후 다가올 수 있는 수주절벽에 대비하는 한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새로운 성장 기회의 극대화에 필요한 자금의 유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1년 사이 현금 3배 급증, 차입 부담은 이미 해소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보유량이 2조3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87.2% 급증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5.8%로 3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전년 말 대비 반기 기준 현금 증가분인 1조971억원은 영업활동 현금흐름 2조2061억원, 투자활동 현금흐름 -6242억원, 재무활동 현금흐름 -4871억원에 환율 효과 24억원으로 구성됐다. 영업으로 현금을 유입시켜 투자와 채무 상환에 투입하는 선순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견인한 것은 1조5430억원에 이르는 계약부채 증가분이다. 선박 수주에 따른 선수금과 중도금 등을 의미한다. 반기 순이익 4951억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의 현금이 수주를 통해 유입된 것이다.

같은 기간 운전자본의 관리 측면에서 4851억원의 현금흐름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다. 매출채권의 증가로 인해 771억원, 재고자산의 증가로 인해 2002억원, 매입채무의 감소를 통해 2078억원씩 현금이 유출됐다. 다만 이는 수주 증가에 따른 작업량 증대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2조206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406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투자활동에서 3772억원의 현금흐름이 축소됐지만 재무활동에서는 7881억원의 현금흐름 개선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HD현대중공업이 단기금융부채 상환에 1조1824억원을 투입하는 등 눈앞의 채무 부담을 이미 해소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이미 순차입금 -2047억원의 순현금 경영에 돌입했으며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1조9875억원까지 축소됐다.


◇선박시장 불확실성·마스가 관련 투자, 보수적 기조의 이유

눈길이 가는 지점은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변화다. 전년 동기보다 투자활동에 3772억원을 더 투입하기는 했으나 이 중 3500억원은 단기금융자산의 증가에 쓰였다. 일반적으로 단기금융자산은 현금화가 용이한 만큼 현금성자산에 가깝게 취급된다. 즉 HD현대중공업은 현금 보유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투자활동을 거의 늘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조선사는 연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설비 보수나 현대화 등 자본적지출(CAPEX)을 제외하면 딱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주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2022년부터 연 5000억원 안팎의 CAPEX 투자를 실시해 왔으며 올 상반기에도 평년 수준인 2899억원을 집행했다.

다만 이는 생산능력에 여유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의 가동률이 올 상반기 102.1%를 기록하는 등 생산능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해 있다. 도크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계열사 HD현대미포를 흡수합병하고 HD현대미포의 유휴 도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투자 없이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이와 같은 보수적 현금운용 기조는 영업활동에서 유입되는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93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이와 같은 선박 발주 감소가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 현상이라면 HD현대중공업도 선박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 등 계약부채 증가에 기반을 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협상 교섭에서 2028년 수주절벽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 역시 변수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조선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베트남(HD현대베트남, HD현대비나)과 필리핀(HD현대필리핀) 등 해외 야드를 활용해 생산능력을 벌충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 투자비용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HD현대중공업은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싱가포르에 해외법인 관리 목적의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출자금액 및 비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은 HD현대중공업도 대량의 현금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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