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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여행 대장주’ 하나투어, 배당정책 개선도 ‘선두’

‘배당기준일 변경’ 정관개정 착수…순손실 지속에 배당재개는 ‘시기상조’

이민호 기자  2023-03-08 13:05:18
하나투어가 배당기준일을 정기주주총회일 이후로 변경하는 배당절차 개선작업에 가세했다. 국내에 상장된 여행사 중 배당기준일 변경을 결정한 것은 하나투어가 처음이다. 다만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면서 배당 재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하나투어 배당절차 개선 착수…배당 재개는 ‘아직’

하나투어는 국내에 상장된 여행사 중 ‘대장주’로 꼽힌다. 이번달 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185억원으로 롯데관광개발(9700억원), 모두투어(3818억원), 레드캡투어(1694억원), 참좋은여행(1452억원), 노랑풍선(1416억원) 등 동종업체를 모두 앞선다. 코로나19 영향이 불거졌던 2020년 3월 4000억원 아래로 추락한 이후 줄곧 부진하다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한 상태다.

하나투어는 이번달 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관 일부변경안을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의결권기준일은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권리주주 확정 기준일로 기존과 같이 매년 말일로 두고 결산배당 기준일은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내용이다.



현재 대부분 국내기업은 매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두고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한 이후 다음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자는 배당기준일에 배당 예측이 어렵고 이후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배당 여부와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도록 지난 1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상법(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먼저 안내했기 때문에 정관 변경 근거가 이미 마련된 상태다. 오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미리 변경해놓으면 다음 배당(2023년 결산배당)부터 개선된 절차를 즉시 적용할 수 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가 불거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간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당기순손실은 2020년 2186억원, 2021년 704억원으로 2022년(잠정)은 659억원이었다. 하나투어는 오는 정기주주총회에도 배당계획을 상정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투어는 2019년까지만 해도 결산배당뿐 아니라 중간배당도 실시하고 연간 배당성향이 100%를 웃도는 등 주주친화적 행보를 보였다. 2017년 배당총액 166억원, 배당성향 128.4%였고 2018년 배당총액 144억원, 배당성향 135.9%였다. 2019년에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111억원의 배당총액을 안겨줬다.

하나투어는 구체적인 배당정책을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배당정책에 배당 목표금액 결정을 위한 구체적인 산출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법률상 배당가능이익과 주식의 시장가치 및 잉여현금흐름 등을 고려해 배당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정도다.

리오프닝 본격화로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되면 2020년 이전 수준의 배당을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배당기준일 변경 결정은 주주친화적 행보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투어 최대주주는 2020년 2월 1289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지분 16.67%(232만3000주)를 확보한 IMM프라이빗에쿼티(PE)다.

IMM PE가 경영권 확보 직후 실적 악화로 배당을 한 번도 실시하지 못한 만큼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실적 회복에 따른 배당 재개 유인이 존재한다. 지난해 6월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16.68%(267만5986주)로 소폭 늘어난 상태다.



◇이외 여행주 배당절차 변경 ‘지지부진’…레드캡투어 꾸준한 배당 ‘주목’

‘대장주’ 하나투어를 제외하면 동종업체들의 배당절차 개선은 비교적 더딘 편이다. 7일 기준으로 롯데관광개발, 참좋은여행, 노랑풍선은 오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배당기준일을 변경하는 정관 일부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으며 모두투어, 레드캡투어는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지 않은 상태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최근 수년간 배당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 2018~2022년 5개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배당여력이 줄긴 했지만 이전에도 2007년 이후로는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롯데관광개발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여행업 및 관련산업 일체를 영위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적정한 자기자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적정 자기자본 유지를 위한 내부유보액의 변동을 최소화하도록 리스크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정도의 배당정책을 밝히고 있다.

모두투어는 2017년 82억원, 2018년 63억원, 2019년 21억원 등 2020년 이전까지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왔다.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했던 2020년 6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부터 배당이 멈춘 상태다. 2022년에도 101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배당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모두투어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 사업연도 종료 후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배당을 결정하고 있다”며 “별도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현금 배당정책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다른 여행사들도 배당여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올해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만 레드캡투어는 배당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22년에도 결산배당 57억원과 중간배당 16억원으로 연간 배당총액은 74억원이었다. 2022년 당기순이익이 212억원으로 배당성향이 34.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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