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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엘리트 코스 밟은 박인구 전무, 저력 보여줄까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지주 경영전략실 출신, 재무적 자립+적기 투자 이뤄야

김위수 기자  2023-07-26 16:31:19
롯데그룹 화학 HQ(헤드쿼터)의 가장 큰 화두는 체질개선이다. 가장 큰 규모의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국내 화학 대기업 중 사업 포트폴리오가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기초소재 사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유망 사업인 이차전지 분야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2조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이유다.

이렇게 롯데그룹 화학 HQ에 편입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화학 사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빠르게 팽창하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의 경쟁력은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관건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재무적 자립이다. 재무부담이 커진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당시부터 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 왔다.

◇그룹 엘리트 코스 밟았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박인구 전무다. 아직 임원 업무가 세분화되지 않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정에 따라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재무관리와 더불어 인사, 총무 등의 업무도 폭넓게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 전무는 CFO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계열사 CFO와 달리 '재무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박 전무는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로 입사한 뒤 2008년 롯데그룹 정책본부로 파견, 국제실에서 몸담았다. 국제실이 2014년 비전전략실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자리를 유지했고 2015년 임원 승진에 성공했다. 롯데지주 출범 뒤에도 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경영전략실에 경영전략3팀장으로 소속됐다.


과거 롯데그룹의 실세로 꼽혔던 황각규 전 부회장과 함께 그룹 전략을 수립해 왔다. 황 전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국제실장을 맡았고 2011년 롯데쇼핑 사장을 맡다가 201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돌아왔다. 롯데그룹 지주사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는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황 전 부회장의 신뢰를 받았던 윤종민 전 롯데인재개발원 사장이 경영전략실을 이끌어왔다.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길을 걸어온 셈이지만 2020년 롯데그룹이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실시, 황 전 부회장이 퇴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개편하며 규모를 크게 축소했고 당시 경영전략실에 소속됐던 임원들도 계열사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던 기존 업무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를 맡게 됐다. 국제실·비전전략실 출신으로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들도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박 전무가 롯데케미칼로 자리를 이동한 것도 이 시기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CTO 이노베이션센터장으로 선임돼 스타트업과의 협업 및 투자 등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던 중 2022년 롯데케미칼이 전지소재사업단을 꾸리며 전지소재부문장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출범 이후 경영진으로 부임할 수 있었다.

◇기회 잡은 박인구 전무, '전략통' 면모 발휘할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성장으로 롯데그룹 화학HQ의 주력 사업으로 크게 된다면 그룹에서 박 전무를 포함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각될 수 있을 전망이다. CFO로서 롯데케미칼 등 모회사에 손을 벌리지 않고 현재 예정된 투자계획을 이행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예상하는 투자계획을 최소치로 계산해도 앞으로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연산 24만톤(t) 규모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1분기 말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8499억원이다. 현금에 더해 영업활동에서 확보한 수익을 투자에 투입하되 필요할 경우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에 나선다. 부채비율 100% 이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연결 부채비율은 21.4%, 차입금의존도는 7.8%로 재무지표가 안정적이다. 지금의 투자계획에서 변동이 없다면 다소 부담이 늘겠지만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 경쟁이 심화될 경우 증설 목표 수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고객사에서 추가 증설 요청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배터리 소재 중 양극재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의 경우 생산능력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까지 2026년 55만톤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수정, 2027년 71만톤으로 목표치를 변경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생산능력 목표치를 2030년 61만톤에서 100만톤으로 늘렸다.

이처럼 이차전지 사업의 경쟁 및 정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경영을 총괄하는 김연섭 대표와 재무관리의 키를 잡은 박인구 전무의 의사결정이 회사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하이엔드 시장을 타깃으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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