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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건설부문 정리하고 '소재' 올인

②롯데에코월 매각 완료, 배터리 전지박서 AI 회로박·ESS로 전환

김예린 기자  2026-08-03 07:32:14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지 3년, 회사의 겉모습(사업부문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소재부문(동박)과 건설부문 2개 축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건설부문은 비중이 꾸준히 줄어든 동시에 관련 자회사들도 하나둘 정리됐다. 최근에는 건축물 외장재 커튼월 시공 전문 자회사인 롯데에코월 매각을 마무리한 만큼 건설부문 비중은 대폭 쪼그라들 전망이다.

소재부문 매출 비중은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커졌다. 소재사업 관련 해외 생산기지도 계속 늘려왔지만 캐즘의 영향으로 애초 약속했던 완공 시점은 계속 뒤로 밀려난 가운데, 배터리용 전지박 대신 ESS용 전지박과 AI용 회로박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건설 자회사들 정리, 에코월까지 넘기면 비중 대폭 축소


연결 기준 매출에서 소재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2년 85.5%에서 2023년 82.2%, 2024년 77.5%로 낮아졌다가, 2025년 88.4%, 2026년 1분기에는 105.3%까지 다시 뛰었다. 건설부문 비중은 2022년 27.8%에서 2024년 24.9%까지 낮아진 뒤 올 1분기 23%대로 하락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매출현황 표에 소재부문과 건설부문 외에도 연결조정까지 총 3개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연결조정은 내부거래나 재고자산·유형자산의 미실현손익 등을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다만 이 금액이 소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나뉘어 표시돼 있지 않아, 부문별 매출 비중을 계산할 때 별도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건설부문에서는 자회사 정리 작업도 단행됐다. 롯데케미칼 인수 이후 2년(2023~2024년)에 걸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종속기업 4곳이 순차적으로 청산됐는데 모두 건설 관련 법인이다. 이진코와 롯데테크디앤디는 2023년, WALLSYS FACADE LTD.와 오리진앤코는 이듬해 청산을 완료했다.

롯데그룹 편입 후 신설된 법인도 존재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 롯데이엠글로벌(소재부문) 산하 미국 종속기업 LOTTE EM America Corp.을 설립하는가 하면 롯데에너지소재펀드(약정 총액 79억원)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 '엔와이어즈(Enwires)'에 투자하기도 했다.

건설부문에서도 신설 회사가 있었으나 최근 정리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롯데에코월의 미국·캐나다 종속법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롯데에코월 자체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들 자회사도 매수자 측에 함께 넘겼다. 앞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5월 100% 자회사인 롯데에코월 지분 90%를 릴슨프라이빗에쿼티를 상대로 1708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이달 딜을 클로징했다.


◇소재 집중했지만 캐즘 직면, 해외 케펙스 시기 조절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소재부문에 집중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익산·말레이시아 두 공장을 합산한 명목 생산능력(연산 6만톤)은 3년 내내 바뀌지 않았으나, 가동률은 3년 연속 급락해 2023년 76.9%에서 지난해 47.4%에 그쳤다.

소재사업 강화를 위한 해외 생산기지 확장 전략도 유지됐으나 애초 세웠던 일정과 투자금액이 여러 차례 정정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 법인(LOTTE EM SPAIN, S.L., 옛 IMS TECHNOLOGY EUROPE)을 통해 유럽 내 최종 10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2022년 5월 최초 공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5만톤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4년 8월 정정공시에서 2027년 6월까지 약 56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만톤을 확충하겠다고 바꿨다. 투자금액은 늘고, 완공 시점은 3년 가까이 뒤로 밀렸다.

말레이시아 법인(LOTTE EM Malaysia SDN.BHD., 옛 아이엠엠테크놀로지)도 비슷하다. 2022년 1월에는 2024년까지 약 6000억원을 투자해 5만톤을 추가 증설, 총 9만톤의 생산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2024년 8월 정정공시에서는 2028년까지 약 6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완공 시점이 4년 미뤄졌다. 두 건 모두 정정 시점은 2024년 8월로 같다. 캐즘이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려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해 해외 증설의 속도도 함께 늦춘 셈이다.

올 1분기 들어 공장 가동률이 66.6%로 반등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배터리용 전지박 위주 사업구조를 AI용 회로박,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박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산공장을 2027년까지 회로박 라인으로 100% 전환해 회로박 생산능력을 4배 이상(3700톤→1만6000톤)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AI 회로박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에 적용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기존 배터리용 위주 전지박 사업은 북미 ESS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초극박·고강도·고연신 특성을 동시에 구현한 하이엔드 전지박을 앞세워 북미 ESS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이 ESS·모바일 등 하이엔드 전지박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맡는다. 올해부터 AI용 회로박과 ESS용 전지박 사업에 집중한 결과 1분기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된 만큼, 연말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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