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한 달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부채비율 22.2%, 차입금비율 10.6%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전기차용 전지박 부진으로 영업적자가 장기화되면서 운영자금과 투자재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회사는 AI용 고부가 회로박 생산 확대를 위해 익산공장 라인 전환과 말레이시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복적인 사모채 조달을 단순 유동성 대응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수요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발행 규모 두 배로, 금리 소폭 올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1일 7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선순위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이고 금리는 5.5%다. 자금용도는 운영자금이다. 신용등급은 A0로 평가됐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2년물 사모채의 등급금리는 A0가 5.174%, A-는 5.529%다. 유효등급인 A0보다는 1노치(notch) 낮은 A-에 더 가까운 금리가 적용된 셈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앞서 5월15일에도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1년6개월물에 5.3% 금리가 적용됐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롯데그룹에 인수된 2023년 이후 발행된 첫 회사채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첫 회사채를 발행한 지 1달이 되지 않아 다시 조달에 나선 것이다.
두 번째 발행은 조건이 달라졌다. 발행 규모가 3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고 만기도 6개월 늘었다. 표면이율은 5.3%에서 5.5%로 20bp 상승했다. 만기가 길어진 만큼 금리가 높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사모채 조달이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장기화된 영업적자가 꼽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연결기준 2023년 영업이익 118억원을 기록한 뒤 2024년 64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2025년에는 적자폭이 1452억원까지 확대됐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겹쳤다.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1598억원에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영업손실 460억원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89.1% 줄었다. ESS용 전지박과 회로박 판매 증가, 구리가격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다. IB업계 관계자는 "등급금리 대비 40bp 가까이 높은 금리가 적용된 데는 발행이 많지 않은 점,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부채비율 속 조달, 전환기 자금수요 주목 그러나 누적 손실의 흔적은 뚜렷하다.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2023년 말 2434억원에서 2024년 말 2375억원, 2025년 말 837억원으로 급감했다. 올 1분기 말 863억원으로 소폭 회복했으나 2023년 말의 3분의 1 수준이다. 적자가 한두 분기 더 이어지면 이익잉여금이 결손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다행히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2%, 차입금비율은 10.6%에 불과하다. 자본총계 1조8592억원에 비해 부채총계는 4130억원으로 부채비율에도 여유가 있다. 2023년 롯데케미칼의 인수 과정에서 유입된 자본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보수적인 자금운용 기조를 유지해왔다. 외부차입은 주로 은행권 대출을 활용했고 해외법인에 재무적투자자(FI)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 등으로 필요 자금을 충당했다. 회사채 시장 활용은 2023년 롯데그룹 편입 이후 올 5월이 처음이었다.
한 달 간격으로 사모채를 반복 발행하는 것은 이 기조와 결이 다르다. 회사는 AI용 고부가 회로박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49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익산공장 전지박 라인을 회로박으로 전환하고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도 병행하고 있다. 자본적지출과 운영비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업 전환기에 접어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