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023년 3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기존 구성원이 전부 물갈이됐다. 옛 일진머티리얼즈 이사진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고, 최대주주가 된 롯데케미칼은 그 자리를 자사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사내이사인 김연섭 대표이사와 박인구 전무, 조계연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롯데케미칼에서 건너온 인사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사회 얼굴은 또 한 번 바뀌었다. 김연섭 대표이사는 자리를 지켰지만, 그 옆 사내이사인 '2인자' 자리는 박인구 전무에서 정성윤 재무회계부문장으로, 다시 지금의 김훈 기획부문장으로 두 번 바뀌었다. 독립이사는 1명에서 2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왔다. 감사기구만큼은 3년 내내 그대로다.
◇최대주주 손바뀜과 함께 롯데 인사 대거 편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2023년 3월 14일 이전까지 이사회는 허재명·양점식·정길수 사내이사와 김기완 독립이사로 구성됐다. 허 사장은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자 일진머티리얼즈 최대주주였다. 허 사장은 이사회 의장 겸 경영을 총괄하는 사내이사였고, 당시 실제 대표이사는 양점식 대표가 맡고 있었다.
서울대 금속공학 박사 출신 전문경영인 양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해외법인 아이엠엠테크놀로지(IMM TECHNOLOGY SDN. BHD)의 법인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오너가 의장으로 물러나 있고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였다.
나머지 두 사람도 각각 이력이 뚜렷하다. 정길수 부사장(영업구매총괄)은 두산 전자BG 기판소재사업부장 출신이고, 독립이사 김기완은 LG전자 인도법인장·HE본부 해외영업총괄(부사장)을 지냈다. 이들 4명은 2023년 3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치며 자진 사임했다. 일진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물러난 모습이다.
같은 날 새로 이사회에 들어온 인물들은 모두 롯데케미칼의 사람들이다.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김연섭 대표는 롯데케미칼 ESG경영본부장(CSO) 출신이다. 또 다른 사내이사 박인구 전무는 롯데케미칼 전지소재사업단 전지소재사업부문장을 지낸 인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서는 경영기획을 담당했다. 조계연 기타비상무이사도 전지소재사업단에서 신규사업개발을 담당했다.
독립이사로는 오세민 카이스트 재료공학 박사(전 포스코케미칼 상무)가 선임됐다. 기존 김용석 감사는 롯데캐피탈 RM본부장 출신 박성근 전 유베스타 대표이사로 교체됐다. 이로써 2023년 1분기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김연섭, 박인구)·독립이사 1명(오세민)·기타비상무이사 1명(조계연), 총 4명으로 재편됐다.
◇견제기구 보강에 이어 재무통·FI 합류 2024년은 체제 안정화 단계에 돌입한 시기다. 같은 해 3월 25일 정기주총에서 이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전 대한LPG협회 회장,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를 독립이사로 선임하면서 독립이사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다만 2024년 4월 조계연 기타비상무이사가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고 미등기임원(신규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사회 총원 자체는 4명에서 늘지 않았다.
ESG위원회도 2024년 가동을 본격화했다. 구성원은 ESG위원회가 신설된 2023년 12월 사내이사 2명(김연섭, 박인구)·독립이사 1명(오세민)에서 이듬해 사내이사 1명(김연섭)·독립이사 2명(오세민, 이필재)으로 바뀌었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넓히는 조치로 읽힌다.
지난해에는 사내이사 교체라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전 롯데지주 재무3팀 출신 정성윤 신임 재무회계부문장이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 박인구 전무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실적 부진이 본격화된 시점에 재무 전문가를 사내이사로 배치한 모양새다.
재무적투자자(FI)도 등판했다. 지난해 3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가 선임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틱 보유 롯데이엠글로벌 주식 전량(1818만5232주)을 넘겨받고, 그 대가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신주 625만4628주(지분 11.94%)를 제공하며 2대주주로 맞이한 데 이은 행보다. 채 기타비상무이사의 합류로 이사회는 5인 체제가 됐다.
◇인수 초기 롯데맨 이식→내부 육성으로 이 구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6년 2월 28일 정성윤 사내이사가 사임했고, 3월 18일 김훈 기획부문장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올 1분기 말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김연섭, 김훈)·독립이사 2명(오세민, 이필재)·기타비상무이사 1명(채진호), 총 5명 구성이 유지되고 있다.
김 부문장 역시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다만 박인구·정성윤처럼 임원급으로 바로 이식된 경우와는 결이 다르다. 김 부문장은 2021년 1월부터 롯데케미칼 화학군 HQ IR팀장으로 있다가 2023년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이듬해 1월에는 기획부문장으로 승진한 뒤 2026년 3월 사내이사에 올랐다. 3년간 팀장급에서 시작해 임원, 등기이사까지 내부에서 단계를 밟아 올라간 셈이다.
정리하자면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자리는 3년간 박인구→정성윤→김훈으로 바뀌었고, 모두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다만 인수 초기인 2023년~2025년은 믿고 맡길 내부 인력이 마땅치 않아 롯데케미칼 임원을 그대로 옮겨 심을 수밖에 없었다면, 올해부터는 롯데 출신이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서 직접 일하며 회사를 파악한 사람을 등기이사로 올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사회 구성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감사는 별도 감사위원회 없이 박성근(롯데캐피탈 RM본부장·유베스타 대표이사 출신) 한 명으로 3년째 동일하다. 이사회 의장 역시 3년 내내 대표이사(김연섭)가 겸직하고 있어, 의장·대표 분리 같은 최근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이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디서는 멈춰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