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사모채를 발행했다. 올 5월부터 매달 사모채를 찍고 있는 셈이다.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의 지분까지 매각하는 등 유동성 강화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현금 확보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황국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새로 선임된 시기와 겹친다.
조달 빈도는 잦아졌지만 재무건전성에는 여유가 있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2%, 차입금의존도는 9.4%다. 현금성자산 4202억원이 총차입금 2143억을 크게 웃돌아 순차입금은 -2058억원이다.
이번 조달로 확보된 자금은 유동성 완충력을 확보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 연결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현금성자산은 4200억원대로 차입금을 웃돌지만 별도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1분기 20억원대로 줄어 여유가 크지 않다.
◇5월부터 유동성 강화 움직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13일 2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번 사모채는 이달 초 대표가 설명했던 신규 시설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앞서 김연섭 대표는 이달 9일 CEO IR Day에서 익산공장 AI 회로박 생산능력을 연 3700톤에서 올해 6700톤, 내년 상반기 1만6000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관련 설비투자 규모는 490억원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재무 관계자는 "회로박 투자는 기자금으로 집행되는 것으로 사모채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은 일반 운영자금으로 쓰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5월부터 신규 차입, 보유지분 처분 등을 통해 현금을 늘리고 있다.
앞서 5월 300억원, 6월 7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이는 모두 만기 도래분을 갚기 위한 차환이 아니라 전액 신규조달이었다. 뿐만 아니라 5월에는 롯데에코월 주식 55만620주도 1708억원에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처분일은 8월이다. 목적은 핵심사업 집중과 신규사업 기회 창출 기반 확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2분기부터 차입을 늘리고 보유지분을 처분하는 데는 유동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2022년 973억원, 2023년 609억원, 2024년 1523억원이던 수치는 2025년 256억원, 2026년 1분기 23억원으로 감소했다.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에 유동성장기부채를 더한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2022년 30억원에서 2023년 1036억원, 2024년 31억원, 2025년 1020억원, 2026년 1분기 1352억원으로 늘었다.
앞서 언급했던 AI회로박 증설 이외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현금을 쌓는 이유일 수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 12월31일까지 롯데EM 말레이시아에 6000억원, 2027년 6월까지 5600억원을 투자하는 약정을 맺었다. 관련된 투자 진행률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유동성은 여유있는 편이다. 순차입금은 2022년 -6936억원, 2023년 -4488억원, 2024년 -3451억원, 2025년 -2505억원, 2026년 1분기 -2058억원이다. 연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순현금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현금확보에 나서기 시작한 시점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바뀐 시점과 맞물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CFO는 3월 초 황국태 재무회계부문장으로 교체됐다. 황 부문장은 고려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회계학 과정을 수료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삼덕회계법인에서 12년 동안 근무했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재무 3팀으로 2019년 자리를 옮겼고 올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CFO를 맡게 됐다. 전임자이자 지주로 자리를 옮긴 정성윤 상무보 역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재무 3팀 출신이다.
현금창출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황 CFO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22년 1374억원에서 2023년 888억원, 2024년 217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5년 -5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 1분기에는 195억원으로 흑자로 복귀했다. 전년동기 -229억원에서 424억원 개선됐다. EBITDA 마진은 12.2%로 2022년 18.8% 이후 가장 높다.
1분기 매출은 1598억원으로 1.2% 늘었고 영업손실은 460억원에서 50억원으로 89.1% 줄었다. 순이익은 3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EBITDA/총금융비용은 지난해 1분기 -12.0배에서 10.6배로, 총차입금/EBITDA는 2.7배로 회복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5억원으로 순유입 전환했고 OCF/매출액은 8.4%다.
◇레버리지 지표 우량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추가로 차입을 일으키는 데 큰 부담이 없다. 레버리지 관련 지표는 10년이 넘게 우수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는 2016년 3.4%, 2017년 1.8%, 2018년 2.9%로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웠다.
해외 증설이 본격화된 2019년 5.7%, 2020년 5.3%를 거쳐 2021년 11.3%로 올랐지만 이 수치가 10년간 최고치다. 이후 2022년 9.8%, 2023년 9.5%, 2024년 6.6%, 2025년 9.0%, 올 1분기 9.4%다.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0.3~8.5% 사이에서 움직였고 올 1분기 말은 7.6%다.
부채비율도 2016년 32.6%가 최고치다. 2019년 27.2%, 2021년 30.0%, 2022년 22.1%, 2024년 20.0%를 기록하며 10년간 20~33%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올 1분기 말 22.2%는 이 범위의 하단이다.
순차입금 역시 최근 10년 전 구간에서 마이너스였다. 2016년 말 -150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2378억원, 2019년 -3412억원, 2021년 -4097억원, 2022년 -693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가 이어진 2024년(-3455억원)과 2025년(-2505억원)도 예외가 아니다. 총차입금 역시 2018년 말 202억원에서 2022년 말 2377억원으로 늘었다가 2024년 말 1495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올 1분기 말은 2143억원이다.
차입 관련 지표가 낮게 유지된 이유는 조달 방식에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18년 이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자본으로 조달했다. 연결 자본적지출은 2018년 1194억원, 2019년 1340억원, 2020년 1189억원, 2021년 2107억원을 거쳐 2022년 291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3년 2248억원, 2024년 1107억원, 2025년 735억원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1조2832억원을 집행했다.
투자 강도는 잉여현금흐름(FCF)에 그대로 반영됐다. FCF는 2018년 -633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857억원, 2020년 -717억원, 2021년 -1900억원, 2022년 -2763억원, 2023년 -3284억원으로 8년 연속 순유출이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총차입금 증가폭은 2000억원 남짓에 그쳤다.
연결기준 자본조달은 2017년 1998억원, 2021년 4000억원, 2022년 6080억원 각각 이뤄졌다. 누적 1조2078억원으로 이는 2018년 이후 자본적지출 총액에 근접한다. 출발은 본사 증자였다. 2017년 9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보통주 680만주를 주당 2만9550원에 발행해 2009억원을 조달했다. 자금 용도는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 증설이었다.
이후는 재무적투자자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몫이었다. 스틱은 2019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일진머티리얼즈였던 시절부터 말레이시아, 유럽 등 해외 자회사에 1조3000억원 안팎을 투입했다. 스틱은 올 3월 말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11.94%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