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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현대로템 숨통 틔운 선수금

상반기 말 기준 계약부채 포함 1.8조…차입금 5000억 상환

고진영 기자  2023-08-28 14:17:1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현대로템은 3년 전부터 재무구조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 플랜트 등 대규모 손실을 일으키던 공사가 마무리됐고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했던 철도부문도 정상화했다. 무엇보다 K2 전차 납품이 재개된 점이 현금흐름에 크게 도움됐다. 대규모 선수금이 들어오면서 차입 규모가 절반 가까이 감축됐다.

현대로템은 2019년까지 플랜트부문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철도부문에서도 국내 프로젝트들의 공정이 지연되고 채산성 안좋은 프로젝트가 매출로 인식된 탓에 2018년과 2019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2020년 이후부터다. 실적에서 저수익 프로젝트 비중이 줄고 수익성이 좋은 방산부문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 같은 해 유휴부지 일부를 현대모비스에, 자회사 그린에어 지분을 현대제철에 매각하면서 약 1690억원의 대금을 받았다. 전환사채 주식전환과 토지재평가를 통해 자본이 4900억원 규모 확충되기도 했다.

연결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 역시 2019년 1조5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약 1조1690억원으로 줄긴 했으나 추가적 개선은 더디게 이뤄졌다. 사업특성상 공정을 진행했어도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계약자산이 많아 운전자본 부담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이 탓에 잉여현금흐름(FCF)이 2021년 마이너스(-) 1200억원 수준을 찍었고, 남는 현금이 모자란 만큼 차입규모는 1조2400억원 정도로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총차입금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성과가 있었다. 디펜스솔루션부문에서 대거 들어운 선수금 덕분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7월 폴란드 군비청과 파생전차 1000대 등 군수품을 납품하는 내용의 260억원달러 규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한달 뒤에는 폴란드 군비청에 K2전차 180대를 공급하는 1차 실행계약(K2 Gap-Filler)을 맺었다. 33억6000만달러 규모다. 해당 계약에 따라 지난달 K2 전차 21대를 폴란드에 납품한 상태다.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현대로템의 선수금(계약부채 포함)은 2021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60억원, 올해 6월 말 1조7701억원으로 늘었다. 1년 반 만에 2배로 뛴 셈이다. 선수금이 유입되자 현대로템은 차입금 감축에 나섰다. 올해 단기차입금 1272억원, 유동성장기부채 4100억원을 상환했다.


반면 새로 차입한 금액은 546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연결 총차입금을 2022년 1조1554억원에서 올 6월 말 6904억원으로 크게 축소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3811억원(55.2%) 수준이다. 사채는 유동성으로 전환한 부분(1828억원)을 제회하면 698억원에 그쳤다.

현대로템은 올해 차입이 보유현금보다 줄면서 순차입금이 -3718억원으로 내려가 순현금 상태를 이루기도 했다. 올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1조 622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미사용 은행차입한도 역시 2600억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규모 물량을 제작하면서 운전자본과 CAPEX(설비투자) 부담은 추후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 현대로템은 헤비테일(Heavy-tail) 구조의 수주사업 특성상 운전자금 회수 여부에 따라 단기 현금흐름이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앞으로도 폴란드 전차 프로젝트 관련 납품대금이 현대로템 현금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차 실행계약의 경우 폴란드 정부가 외국계은행 등으로부터 차입해서 대금을 지급한다. 외국계은행이 빌려주는 금액 중 상당부분은 국내 금융기관에서 지급보증을 진행, 내달 중 금융계약 체결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2차 실행계약으로 다시 K2 전차 180대를 납품할 예정이며 나머지 계약은 기본계약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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