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현금성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7400억원대, 그 전까지 8000억~9000억원대를 기록했던 현금성자산은 2025년 1조2700원을 넘어섰다. 반대로 2022년 1조원이 넘었던 총차입금은 2025년 1300억원대로 감소했다.
그 결과 2023~2024년 3000억원대에 머물렀던 순현금 규모는 지난해 단숨에 1조1000억원대로 뛰었다. 현금성자산은 선수금이 아닌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최근 3년에 걸쳐 해마다 2배씩 늘어났다.
현대로템은 올해부터 3년에 걸쳐 1조8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EBITDA가 유지된다면 현대로템은 현금창출력만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재무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1조 규모 현금 중 선수금 영향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1조1430억원이다. 2023년 -3968억원으로 순현금 기조로 전환한 뒤 3년 연속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사실상 무차입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재무안정성 지표 개선흐름은 꾸준하다. 총차입금은 2021년 1조2400억원에서 2025년 말 1324억원으로 줄었다. 순현금 기조는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5년 말 연결기준 1조2755억원으로 2024년 7449억원에서 71.2% 늘었다.
외형만 보면 현금 급증의 원인은 선수금처럼 읽힌다. 같은 기간 계약부채는 1조7942억 원에서 3조9720억 원으로 2조1778억 원 늘었고 유동선수금도 1113억 원에서 5236억 원으로 4124억 원 증가했다. 고객으로부터 선수받은 자금이 4조4956억 원 쌓인 셈이다.
그러나 반대편 자산을 함께 들여다보면 결론이 달라진다. 계약자산(미청구공사)은 1조129억원, 유동매출채권은 3조3919억 원, 비유동매출채권은 295억원이다. 정리해보면 아직 현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4조4343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한 선수금 순효과는 약 613억원에 불과하다. 선수금 순효과는 고객에게서 먼저 받은 돈(계약부채·선수금)에서 반대로 회사가 먼저 이행하고 아직 못 받은 돈(계약자산·매출채권)을 뺀 것이다. 양수이면 고객이 현대로템에 자금을 선공급한 상태, 음수이면 현대로템이 고객에게 먼저 납품하고 대금을 기다리는 상태를 뜻한다.
현금성자산의 실질적 원천은 영업이익이다. 2025년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3% 증가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043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은 수주 덕에 쌓인 게 아니라 실제로 번 돈이 쌓인 구조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K2전차 1차 공급 계약(180대, 33억6000만달러)을 체결했다. 2023년부터 납품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에는 1차 계약 물량 96대의 인도를 완료하고 같은 해 8월 2차 계약(K2전차 및 계열전차 261대 포함, 총 64억6000만달러, 원화 약 9조원)을 추가 체결했다.
2차 계약에는 차량 납품 외에 기술이전, 현지 운용 지원, 교육 등이 포함되며 계약 기간은 2025년부터 2033년까지다. 2026년 1월에도 폴란드 2차 계약 선수금 약 2조6000억~2조7000억원이 추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돼 재무여력은 강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계획 실행 가능한 EBITDA 하한선은 현대로템은 올 2월, 2028년까지 연구개발(R&D), 시설투자에 1조8200억원, 미래 투자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올해는 4500억원,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7000억원과 67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의 연결기준 EBITDA는 2023년 2500억원, 2024년 5036억원, 2025년 1조652억원을 기록했다. 자본배치방안에 따르면 현대로템 측은 2027년까지 EBITDA의 33~55%를 R&D와 시설투자에 투입한다. 투자계획쓰인 R&D와 시설투자를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 감당하기 위한 최소 EBITDA는 2026년 8200억원, 2027년 1조2700억원이다. 2028년에는 EBITDA 중 관련 투자 비중이 재산정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입을 일으키게 되더라도 이전보다 부담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주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현대로템이 수주잔고와 방산업황 사이클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건전성을 방어해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라 자본적지출 규모가 늘겠지만 양호한 국내외 방산업 환경과 수출 확대에 기반한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자금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상승세는 가파르다. 시기별로는 2022년 5월 'A-, 안정적', 2023년 4월 'A-, 긍정적', 2023년 11월 'A, 안정적', 2024년 12월 'A, 긍정적', 2025년 6월 'A+, 안정적', 2025년 10월 'A+, 긍정적' 등급 및 전망을 거쳤다.
현대로템에 대한 기대감은 개별민평금리에서도 드러난다. 현대로템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20일 기준 3.927%, 3년물 AA- 등급금리는 4.017%다. 지난주 높아진 등급의 금리보다도 9bp 정도 낮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등급이 상향조정되기 이전부터 현대로템의 재무건전성을 AA급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채권내재등급(BIR)은 2025년 11월 AA-~AA로 평가됐다. BIR은 시장에서 평가한 해당기업의 등급으로 신용등급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