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을 맡은 정재호 상무의 핵심 과제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1조원 이상 거두는 현금 창출력 관리다. 현대로템은 내년까지 EBITDA 내에서 자금을 집행하고 잉여금을 유보하는 재무 전략을 수립했다. 자본 배치 방안을 계획대로 이행하려면 내년까지 EBITDA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총 1조8200억원을 집행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웠다. 직전 3개년(5031억원)보다 투자금이 3.6배 늘었다. 이밖에 무기 체계 무인화 대응, 항공우주사업, 수소사업 등에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최소 투자 규모는 △올해 4500억원 △내년 7000억원 △내후년 6700억원이다.
내년까지 투자 재원은 EBITDA로 충당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정 상무는 현대로템이 R&D·시설 투자와 세금, 주주 환원 등을 집행하고, 유보금을 남길 EBITDA를 창출하는 재무 전략을 펴야 한다.
현대로템은 내년까지 현금 창출력 안에서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자본 배치 방안을 수립했다. 해당 기간 EBITDA 중 33~55%는 R&D·시설 투자로, 28%는 법인세 등 세금으로 쓴다. 주주 환원(연결 기준 배당성향 8%) 집행 뒤 남은 잉여금은 미래 투자 재원으로 유보한다.
현대로템이 투자 계획을 이행하며 자본 배치 방안에 따라 유보금을 쌓기 위해선 내년까지 연평균 EBITDA를 1조455억원 이상 창출해야 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연결 기준(이하 동일) EBITDA가 1조652억원으로 2020년 흑자로 전환 뒤 가장 큰 현금 창출력을 보여줬다.
고마진 방산 부문 수출 확대가 수익성을 견인했다. 2021년 453억원이었던 디펜스 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1138억원 △2023년 1590억원 △2024년 5632억원 △지난해 9563억원으로 커졌다. 2022년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4조4992억원 규모 K2 전차 공급 계약을 이행하면서 전사 수익성이 개선됐다.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다.
지난해에도 수주 실적을 쌓았다. 폴란드 방사청과 K2 전차 2차 계약(8조9814억원)을 체결했다. 2033년까지 K-2 전차·계열 전차 261대를 납품할 계획이다. 그해 디펜스 솔루션 부문 신규 수주는 9조4690억원, 수주 잔고는 전년 말보다 6조6454억원 증가한 10조5181억원이다. 같은 기간 레일 솔루션 부문 신규 수주는 6조391억원, 수주 잔고는 전년 대비 4조3887억원 증가한 18조4533억원이다. 전사 수주 잔고는 11조157억원 증가한 29조7735억원이다.
자본적 지출(CAPEX)을 집행할 현금 창출력 확보 외에 운전자본 부담 통제도 정 상무에게 주어진 임무다. 매출채권을 원활히 회수하고, 신규 수주 프로젝트 선수금을 수령해야 운전자본 확대를 통제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계약부채·선수금 유입(2조5885억원)이 매출채권·계약자산 증가(2조6770억원)를 상쇄해 운전자본에 묶이는 현금이 적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 규모를 키워 유동성 보유량을 늘렸다. 2024년 165억원이었던 FCF가 지난해 726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EBITDA(1조652억원)를 대부분 영업활동현금흐름(9043억원)으로 유입시켜 유·무형자산 취득(1565억원)과 배당금 지급(218억원)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었다. 그해 차입금 상환에 2135억원을 쓰고도 연말 유동성은 전년 대비 5306억원 증가한 1조2755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