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선임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집단이다. 작년 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임명된 CFO를 제외하면 기존 CFO 전원이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며 신임 CFO도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CFO들의 주요 경력은 제각각이다. 현대차와 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뿐만 아니라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출신도 있었으며 컨설팅기업 출신의 외부 영입인사도 눈에 띈다. 반면 졸업 대학 및 전공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상경계열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THE CFO는 공정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집단(NH농협 제외)의 주요 상장사 102곳에서 일하는 CFO들을 조사했다. 이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CFO는 12명이다. 이들의 평균 출생연도는 1969.92년으로 10대그룹 중 5번째로 연령대가 높다. 1960년대생과 1970년대생이 각각 50%(6명)씩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CFO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내이사 선임 여부다. 12명 중 1명을 제외한 92%(11명)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제외된 1명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CFO에 오른 정재호 현대로템 CFO다.
현대로템의 경우 정 CFO의 전임자인 김두홍 전 CFO가 2018년 말 인사를 통해 재경본부장(CFO)에 오른 뒤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다가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정 CFO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CFO에 사내이사 한 자리를 배석하는 것을 넘어 CFO를 거쳐 CEO에 오른 경영인도 있다. 예를 들어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 CFO 출신,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모비스 CFO 출신이다.
정 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이원희 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나 최병철 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CFO 출신이 CEO에 오른 사례는 있었으나 CFO가 사내이사로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한 사례는 없었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CFO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성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의미다.
정 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업계의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접목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철강이나 방산 등 다각화 사업에서도 미국발 관세 충격 대응이나 생산량 증대 등을 위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재무 전문성을 보유한 CFO를 CEO로 기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CFO 역시 사내이사로 의사결정에 참여해 계열사의 경영적 판단 과정에서 재무적 관점이 많이 반영되도록 그룹 차원에서 독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CFO들의 출신 대학은 SKY(서울대·고려대·현세대)가 92%(11명)로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는 10대 그룹 CFO 102명의 평균인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그룹별로 봐도 가장 높은 수치다. 고려대가 5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세대가 33%(4명), 서울대가 17%(2명)다. 중앙대 출신의 정재호 현대로템 CFO가 유일한 비 SKY 출신 CFO다.
전공은 상경계열이 92%(11명)다. 10대 그룹 CFO의 전체 평균 역시 81%로 상경계열 비중이 높았다. 다만 학과의 경우 10대 그룹 전체에서는 상경계열 중 경영학 전공이 가장 많았으나 현대차그룹에서는 경제학이 42%(5명)로 가장 많았다. 경영학이 33%(4명), 통계학이 17%(2명)로 뒤를 따랐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의 양영근 현대차증권 CFO가 유일한 비상경계열 전공자다.
SKY 출신 상경계열 전공자가 많은 만큼 현대차그룹에서는 동문 관계의 CFO들이 여럿이다. 김승준 기아 CFO와 권오현 현대위아 CFO는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이며 유병각 현대글로비스 CFO와 김광평 현대제철 CFO, 최윤종 현대비앤지스틸 CFO는 고려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이전부터 현대차그룹 CFO들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은 이들이 많았다. 현직 CFO들 중에서도 유병각 현대글로비스 CFO가 현대차 재경팀에서, 신승호 이노션 CFO가 현대차 경영기획팀을 거쳤다.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거친 이들도 있다. 김도형 현대모비스 CFO과 김광평 현대제철 CFO는 모두 현대건설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고 CFO까지 지낸 뒤 현재 재직 중인 계열사로 옮겼다. 이외에 정재호 현대로템 CFO와 권오현 현대위아 CFO는 현대로템에서 재무 관련 직책을 수행했다.
이형석 현대건설 CFO와 양영근 현대차증권 CFO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에서의 경력을 보유했다. 이형석 CFO의 경우 현대캐피탈에서도 CFO로 일했다. 박상수 현대오토에버 CFO는 12명 중 유일한 외부 출신으로 AT커니코리아 등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다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전직 컨설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