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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 수출창구…히든카드는 'AI' 전력수요

①범현대 매출 비중 60%, 이익률 1%대…변압기가 마진 성장 견인

고진영 기자  2025-06-27 16:07:11
현대코퍼레이션은 옛 현대종합상사로 더 잘알려졌다.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뒤에도 범현대가의 수출창구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범현대 계열사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이익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현대의 이름이 아닌 변압기 트레이딩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데이터센터가 불어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매출 떠받치는 범현대, 문제는 '수익성'

현대코퍼레이션은 영업이익 성장률이 올해로 4년째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3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매년 급증해 작년엔 1300억원을 넘겼다. 올해 역시 1분기 36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점프했다.

3조원대였던 연매출도 7조원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수익의 가장 큰 기반은 든든한 거래처에 있다. 매출에서 범현대 계열사 비중이 60%에 이른다. 애초 현대코퍼레이션은 1970년대 현대그룹의 종합상사로 시작, 그룹사들이 생산한 철강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트레이딩을 담당하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 경영권을 두고 ‘왕자의 난’이 벌어지자 현대코퍼레이션에도 불똥이 튀었다. 최대주주가 계속 바뀌다가 2003년 아예 현대그룹에서 분리된다. 6년 뒤 현대중공업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사들여 범현대가로 복귀하기도 했는데, 결국 2016년 계열분리되면서 완전히 독립했다.

현대가 울타리에선 떨어져나왔으나 거래관계는 끊기지 않았다. 매출 비중을 거래처별로 보면 올 3월 말 기준 현대제철 기여도가 19.4%로 가장 높았고 기아 17.7%, HD현대오일뱅크 13.1% 등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전부 합치면 약 58% 수준이다.


트레이딩 품목별로는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이 각각 20~30%의 비중을 차지한다. 구성비가 고르게 나뉘어 있는 데다 오랜 관계를 기반으로 거래선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전망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수익성에 있다. 글로벌 트레이딩은 중간 수수료로 돈을 벌기 때문에 거래금액 규모가 커도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한다. 그간 현대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률이 1%대에 머물러온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 좋은 에너지상용부문 매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뉴 캐시카우' 변압기…마진 높은 이유는

현대코퍼레이션 매출에서 에너지상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기준으로 아직 7.4%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28%를 웃돈다. 2년 전만해도 영업이익 비중이 10%도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장세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분도 대부분은 에너지상용부문에서 발생했다.


에너지상용부문은 변압기(전력기기) 등을 다루는 에너지, 비승용·상용차를 포함하는 상용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 전력회사나 중동, 동남아 등에서 발주를 받아 제품을 공급한다. 공급처는 국내 중소형 제조사들이다. 올 1분기 기준 7.6%로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북미에 파는 국내 변압기 물량이 에너지상용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 중이다. 과거엔 HD현대일렉트릭 전력기기를 주로 수출했지만 지금은 국내 중소·중견업체의 제품 거래를 늘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북미지역의 전력기기 호황이 거래 확대의 계기가 됐다.

국내 중소업체들은 규모가 작고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노하우 많은 종합상사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거래처에 대한 현대코퍼레이션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파트너로 역할을 넓히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 변압기 트레이딩이 급증한 이유도 미국 수요에 있다. AI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소비 증가율은 세계적으로 일제히 늘었다. 특히 전력망이 노후한 미국에서는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고 있다. 미국 대형 변압기들이 평균 40년 이상 됐다는 점에서 거대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

앞서 현대코퍼레이션은 2021년 현대종합상사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트레이딩'이라는 업종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아직 신사업에 대한 밑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신사업이 구체화되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전력기기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코퍼레이션 측은 향후 3~5년 정도는 변압기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관세도 특별히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미국 바이어(수요처) 풀을 계속 확대하면서 변압기 외에도 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GIS)같은 주변 전력기기, 그리고 데이터센터 덕분에 수요가 늘고 있는 DC(직류)용 전력기기사업 확장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일정 기간 전력기기가 캐시카우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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