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래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AFC(역무자동화)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다. 애초 삼성전자 사업부로 시작해 독립했는데 최근 들어 미국 수주를 줄줄이 따내 덩치를 키웠다. 워싱턴,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서울 지하철의 두 배 규모인 뉴욕 메트로도 노리고 있다.
◇서울신교통카드 투자회수 실패, 500억대 손실 누적
지난해 에스트래픽의 연결 매출은 189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9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4년 동안 두 배가 넘게 뛰었다. 2023년(1472억원)과 비교하면 28% 이상 증가했다. 미국 현지법인인 에스트래픽 아메리카 매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에스트래픽은 삼성그룹을 모태로 둔 기업이다. 애초 삼성전자 도로교통사업 부문이었다가 1998년 삼성SDS로 사업부를 옮겼다. 이후 2013년 분사해 나오면서 독립 범인으로 출범했다. 국내 도로와 철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성장해왔다.
그간 진행한 사업들을 보면 톨게이트 요금징수시스템(TCS)을 최초로 국산화했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시범사업, 인천대교 요금징수 및 교통시스템(ITS), 한국도로공사 스마트톨링 등을 담당했다. 현재 톨게이트 요금징수시스템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 신교통카드는 해외 진출의 반석이 된 사업이다. 앞서 에스트래픽은 2016년 서울교통공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277개 역사에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 2027년까지 10년간 운영하고 수입의 0.3%를 수수료로 얻는 구조였다.
계약에 따라 에스트래픽과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신교통카드주식회사를 세우고 지분율 70%, 30%를 각각 투자했다. 그런데 에스트래픽이 사업초기 대여금으로 들인 531억원은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처리됐다. 매출이 연 50억원도 안되다 보니 수수료만 가지고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었던 탓이다. 당초 회사 측이 다른 수익사업을 기획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까지 서울신교통카드의 누적 순손실은 568억원, 순자산은 -52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불어나는 미국 수주규모…'최대 먹거리' 뉴욕서 경합
하지만 이 사업에서 본 손해는 에스트래픽을 더 큰 시장으로 끌어올렸다. 2019년 워싱턴교통공사(WMATA)가 발주한 AFC 사업을 따냈다. 총 8700만 달러 규모로, 국내기업이 미국 정부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의 교통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시 에스트래픽이 미국 1위 교통솔루션기업인 큐빅(Cubic Corporation)을 밀어내고 워싱턴 AFC사업을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 교통카드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쌓은 레퍼런스 덕분이 컸다고 평가된다. 그간의 손실이 아깝지 않을 만한 결실이다.
워싱턴의 AFC 도입 목적은 부정승차 방지에 있다. 부정승차로 연 3600만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트래픽의 AFC 구축 이후 부정승차가 82%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에스트래픽이 2023년 샌프란시스코 BART(교통운영기관)로부터 4700만달러 규모의 AFC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사업은 수주 당시 에스트래픽과 미국 AFC 대기업인 큐빅, 컨듀언트(Conduent) 등 3사가 최종적으로 경합했다. 에스트래픽이 기술 점수를 포함한 평가 총점에서 93.6점을 얻어 각각 78.3점, 83.1점을 받은 경쟁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에스트래픽이 구축한 샌프란시스코 페어게이트
미국 수주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1개 역을 보유한 LA 메트로에서 부정승차를 막기위한 ‘페어게이트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기존 수주는 400만달러였으나 최근 추가계약을 체결, 1900만달러로 증액됐다. 10개 역사에 대한 요금게이트 교체 등이 내용이며 다른 11역사에 대해서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아 있는 중요한 공략처로 뉴욕 메트로(MTA)가 꼽힌다. 역사 수가 472개에 달해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새로운 요금게이트 효과 입증을 위한 테스트작업(Qualified Product Line) 3단계를 진행 중이며 에스트래픽을 포함한 4개 업체가 경합하고 있다.
실제 역에 페어게이트를 각각 만들어 연말까지 테스트하는 방식인데, 규모를 감안할 때 단독업체보다는 여러 업체가 나눠가질 것으로 짐작된다. 에스트래픽 내부에선 수주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서울교통카드와 달리 수익성 역시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에스트래픽 관계자는 “서울교통카드의 경우 직접 투자를 했던 반면 미국 쪽은 납품하는 형태라 성격이 다르고 진출할 때부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등을 고려해 제품 소싱 생태계를 잘 구축해뒀다”며 “미국은 부정승차로 요금 누수가 굉장히 많고 우리도 저가수주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성은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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