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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래픽 독립 주역 김종필 CFO "시총15% 영업이익 목표"

미국 AFC시장 돌파, 전기차충전 매각으로 체질 개선…CFO는 '비전 완성자'

고진영 기자  2025-09-05 07:45:33
"갑시다.”

2013년 삼성SDS가 교통솔루션 사업을 접기로 하자 김종필 에스트래픽 부사장(CFO)이 주저없이 나섰다. 그렇게 서른명 남짓이 뜻을 합쳐 세운 회사가 에스트래픽이다. 당시 영업대표던 김 부사장에겐 큰 고민도, 망설임도 없었다. 이정도 기술이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선택은 옳았을까.

◇'합리적인' 미국 시장, 속도로 뚫다

모든 기업이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숫자로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에스트래픽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9%, 영업이익은 855% 점프했다. 시장에 확실한 청신호를 보낸 셈이다. 극적 변화의 중심엔 미국사업이 있다.

에스트래픽의 최근 약진은 미국 자동요금징수(AFC) 사업이 주도하고 있다. 워싱턴 D.C.와 샌프란시스코, LA 등 주요 도시의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매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김종필 에스트래픽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김종필 부사장은 "국내사업은 수주 기반 사업의 특성상 상반기 실적이 약했지만, 미국 시장은 계절성 없이 연중 고르게 진행된다"며 고질적인 '상저하고' 구조에서 탈피했음을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며 원가 구조까지 개선됐다.

그가 보는 미국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합리성이다. 처음 진입하기는 어려워도 일단 신뢰를 얻으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시장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는 예산이 정해져 있으니 원가가 올라도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라며 김 부사장은 팬데믹 당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로 철판 가격이 두 배로 뛰었을 때 국내였다면 사업자가 손실을 감내해야 했겠지만 미국 발주처는 계약을 변경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줬다.

경쟁사들을 압도한 무기는 단연 속도였다. 그는 "미국 경쟁사들은 고객 요구사항을 검토하는 데 1~2주가 걸리지만 우리는 회의 다음 날 바로 시안을 그려서 온다"고 설명했다. 고객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한국 특유의 업무방식이 현지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프로젝트가 최대 주력사업으로 꼽힌다. 2030년까지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의 전초전이다. 현재 3개 업체가 사전인증테스트(QPL)를 진행 중이며 내년 중순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다. 김 부사장은 "약 3년간 준비하며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거의 99% 우리가 사업을 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의 한수'된 전기차충전 매각

지금껏 순탄하기만 하진 않았다. 2022년 전기차 충전사업부를 분할 매각한 결정은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빛난 순간이었다. 성장성 높은 알짜 사업이었지만, 김 부사장은 이면의 위험을 봤다.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의 성격상 에스트래픽이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사업은 매년 200억~300억 원의 대규모 CAPEX(설비투자)가 필요했다. 우리 리소스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는 사업을 계속 안고 갔다면 회사의 재무 환경이 악화됐을 것이라 진단했다. 아깝더라도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매각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약 430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미국 시장 개척의 실탄으로 활용했고 재무 지표는 극적으로 개선됐다. 전기차사업 분할 전인 2022년 16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2023년 97.9%로 안정화됐다. 순자산 역시 600억원대에서 942억원으로 늘었다.


자본을 확충한 지금 그는 명확한 배분 원칙을 세워뒀다. 미국 AFC 사업 중심의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확대가 최우선이고 2순위는 재무 안전성 유지와 투자여력 확보다. 다음으론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뒤를 따랐다. 끝에 두긴 했지만 밸류업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CFO의 숫자, "시총 대비 15% 영업이익 목표"

에스트래픽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문찬종 대표의 몫이 8.55%, 임원 지분을 모두 합쳐도 19.07% 수준이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된 탓이다. 지분의 74.38%를 소액주주가 채우고 있다 보니 주가 부양에 대한 압박이 상당한 편이다.

김 부사장은 단기 성과와 장기 성장을 조율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의 최대 50%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나머지 50%는 회사 성장을 위해 유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CFO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뭘까. 그는 결국 영업이익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가총액 대비 최소 10%는 당연히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에스트래픽 시가총액은 약 1060억원,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말 63억원을 기록했다.

"최소한 주주들이 투자한 금액(시가총액)의 10%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내야 하는데 현재 우리는 딱 그 수준이라 냉정히 보면 특별히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김 부사장의 목표는 시가총액 대비 15%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있다. 그는 "이 목표를 달성하면 주가는 무조건 오른다"고 자신하고 있다.

2024년 발표했던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솔직히 설명했다. 지난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아직 30억원, 이중 26억원어치를 소각했다. 김 부사장은 "회계상 재원 확보 문제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했지만, 올해 주주총회를 하면서 잉여금을 자본전입했다. 약속한 자사주 매입은 내년에 흔들림 없이 이행될 것"이라며 주주들과의 약속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인수합병(M&A)를 통한 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매물은 계속 보고 있고 거의 마무리단계까지 간 적도 있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쉽지 않다.” 그는 교통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진 기업 위주로 M&A를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코파운더의 책임, CFO의 비전

올해 '비전 2025'를 마무리하는 에스트래픽은 '비전 2030'을 준비하며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설립 12년째, 이제 에스트래픽은 김종필 부사장이 제일 오래 몸담은 회사가 됐다. 삼성SDS에서 처음 분사를 제안했던 그로선 소회가 남다르다. 김 부사장이 CFO를 맡게 된 것도 창업 초기 살림을 맡을 사람이 없자 "내가 해보겠다"고 자원했기 때문이다.

독립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속도에 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현장과의 거리가 휠씬 가까울 뿐더러 내부적으로도 실험과 도전이 훨씬 자유롭다. 물론 자원은 제한적이지만 그만큼 선택과 집중이 분명해졌다.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움직이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말뿐이 아닌 실천이다.

창업 초기, 이익이 엄청나 주체가 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부터 줬다. 그러고도 돈이 남자 가장 먼저 ‘복지기금’을 만들었다. 혹시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처우 수준을 낮추지 않기 위해서다. 회사가 매년 기금에 출연하고 있는데, 3년 정도는 넣지 않아도 복지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우리도 힘들어질 날이 올텐데 그때 다음 기회를 도모하기 위한 준비”라고 그는 설명했다. 책임감이자 장기적 안목이다. 개발과 프로젝트 관리가 중요한 에스트래픽은 결국 인재가 핵심 자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종필 부사장은 CFO의 역할을 단순한 재무 관리자가 아닌, 비전 완성을 위한 전략적 설계자로 정의하고 있다.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에스트래픽이 되었으면 한다." 회사의 코파운더(co-founder)로서 그가 꿈꾸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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