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레이션은 지금의 오너십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가의 경영분쟁 과정에서 표류하던 회사를 정몽혁 회장이 십여년 전 넘겨받았다. 다만 승계구도는 이미 가닥이 잡히고 있다. 장남 정두선 부사장이 이끄는 자회사 '현대퓨얼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계열분리 부터 승계까지…'
오너십 시프트'
현대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다. 지분 21.79%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정몽혁 회장이 현대코퍼이션홀딩스 지분 23.62%를 쥐고 있으며 현대코퍼레이션 지분도 2.42% 확보했다.
정몽혁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 정신영 씨 외아들이다. 부친이 일찍 타계하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본격적으로 현대코퍼레이션을 맡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애초 정몽혁 회장은 현대코퍼레이션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이 ‘왕자의 난’ 여파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수년을 떠돌자, 사촌들을 설득해 인수를 주도했던 이가 정 회장이다. 덕분에 회사가 현대중공업 계열로 다시 편입됐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사촌동생인 정 회장에게 현대코퍼레이션을 맡겼다. 그는 2009년 12월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에 오른다.
그리고 7년 뒤인 2016년 현대중공업은 현대코퍼레이션 주식 256만2000주(19.37%)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당시 현대씨앤에프) 주식 111만4463주(12.25%)를 정몽혁 회장에게 매각했다. 거래대금은 1194억원. 범현대가의 상부상조로 정몽혁 회장이 현대코퍼레이션 계열을 넘겨받은 셈이다.
후계구도 역시 어느정도 밑그림이 그려졌다. 정 회장이 1961년생으로 아직 젊은 만큼 승계를 논의하긴 이르지만 장남 정두선 부사장(1990년생)이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진다. 장녀 정현이(1988년생)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의 경우 현대코퍼레이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차남 정우선(1997년생)씨는 입사한 지가 불과 3년 남짓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 자녀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을 일제히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소폭 높이기도 했다. 정현이 대표와 정두선 부사장, 우선 씨가 각각 2만4863주, 2만1414주, 2만4169주를 올 4월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각각 1.05%, 0.77%, 0.59%로 상승했다. 배당으로 지급받은 현금을 일부 실탄으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주당 배당금은 수년간 600원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700원으로 확대됐다.
◇급성장하는 현대퓨얼스, 승계가도 '순항'
현재 지분율은 정현이 대표가 높지만 현대코퍼레이션에 대한 경영 참여도를 감안하면 정두선 부사장이 두드러진다. 정 부사장은 2014년 현대코퍼레이션 법무팀 차장으로 입사했다. 종합상사의 특성상 사업 내용이 담긴 계약서가 반드시 법무팀을 거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후 신사업을 담당하는 사업개발팀 부장을 거쳐 2019년 상무보 승진과 함께 싱가포르 지사인 현대퓨얼스(HYUNDAI FUELS PTE. LTD.) 법인장에 올랐다. 본업이 종합상사인 만큼 해외법인 총괄은 승계를 위해 정해진 수순으로 알려졌다. 2024년 현대코퍼레이션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현대퓨얼스 법인장을 겸하고 있다.
현대퓨얼스는 기존 싱가포르 법인과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의 100% 자회사인 싱가포르 법인(HYUNDAI CORPORATION SINGAPORE PTE. LTD)이 현대퓨얼스 지분 전량을 보유한 구조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중심가인 선텍타워(Suntec Tower 2)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 지사에 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벙커링은 항구나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에 연료유(벙커유, Bunker Fuel)를 공급하는 작업이다. 연료 없이는 배가 운항할 수 없기 때문에 항구마다 필수 인프라로 여겨지며 특히 싱가포르는 유명한 벙커링 허브로 꼽힌다.
가파른 성장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설립 당시 자본은 11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바로 5710억원의 매출을 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채무보증을 통해 지원 중이며 올 5월 349억원을 더 보증하면서 보증잔액은 총 89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기준 연간 매출은 1조4573억원에 달한다. 5년만에 3배 가까이 뛰었고 현대코퍼레이션 종속회사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매출이다. 그 다음으로 매출이 큰 미국법인(772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정두선 부사장에게 힘이 실릴 수 있는 성과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2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배력 보완뿐 아니라 후계 준비를 위해서도 앞으로 추가 매입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두선 부사장의 승계가 뚜렷한 국면"이라고 말했다.